공화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만델라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가 당내 일부 강경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의 강력한 대권 주자로, 특히 티파티 등 강경 보수층에서 지지도가 높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만델라의 타계 소식에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성명을 냈다가 골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배신자'로 전락했다.
크루즈는 "만델라는 끈질긴 투쟁으로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보복 대신 화해를 택했다"며 "그의 유산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찬양했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크루즈의 처신을 성토하는 글을 올리는 등 노기를 쏟아내고 있다.
같은 당의 애런 쇼크 하원의원(일리노이주)도 만델라를 "우리 시대의 조지 워싱턴(초대 미국 대통령)"이라고 찬양했다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쇼크 의원의 트위터에는 "그(만델라)는 공산당이었다. 그런데 악마가 아니라 조지 워싱턴이라고?"라는 리트윗 글이 달렸다.
만델라를 "우리 시대에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앙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만델라를 바라보는 공화당 강경 보수세력의 시선이 삐딱한 것은 고인이 생전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 매우 돈독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1991년 쿠바를 방문해 '절친'인 카스트로부터 훈장을 받았는가 하면 1996년에는 과거 자신의 투쟁을 지원해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카스트로를 남아공으로 불러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만델라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과거 만델라가 사회주의 국가와 제3세계 지도자들과 자주 어울린 탓에 미국과 자주 마찰을 빚었지만, 고인을 찬양했다가 태도를 바꾼 공화당 인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ABC 방송은 크루즈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이 23명으로 구성된 의회 조문단에 참여해 9일 남아공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