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오전 8시. 추모식이 시작하기 3시간 전이지만 이미 오전 6시부터 입장하기 시작한 남아공 국민은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노래를 불렀다.
일부에선 부부젤라를 불어대고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트롬본을 들고 오는 젊은 흑인 남자도 보였다.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백발의 넬슨 만델라가 자신에게 마지막 이별을 하려는 남아공 국민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본부석 건너편에 먼저 자리한 수천명의 추모객들은 만델라가 불렀던 투쟁가를 부르며 함성을 질러 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했고 그들이 내지르는 소리는 타원형으로 된 FNB 경기장을 맴돌았다.
옆자리에 앉은 남아공 흑인 경찰관에게 추모객들이 부르는 소리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분명하게 들리지 않는다면서도 만델라가 과거에 불렀던 투쟁가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시흘레 줄루(30.자영업자)란 이름의 흑인 남자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거인에게 경의를 표하러 왔다"며 "우리는 단지 그의 서거를 슬퍼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그의 훌륭한 삶을 기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만델라가 거리에서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그 소리가 (이승을 떠난) 만델라에게 닿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남아공 방식의 추모 분위기를 설명했다.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업을 하루 그만뒀다는 그는 "27년을 옥살이한 그에게 하루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필라니 은데벨레(27)란 이름의 흑인 청년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을 걸어왔다고 했다.
트롬본을 든 그는 '왜 트롬본을 지니고 왔느냐'는 질문에 "오늘 추모식은 만델라가 떠난 데 따른 슬픔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에게 삶의 기회를 부여한 그의 삶을 함께 즐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부터 비가 오는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아프리카에서 비는 축복을 의미한다. 위대한 만델라 덕분에 비가 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요하네스버그 지역에는 동트기 훨씬 전부터 굵어졌다 가늘어졌다하는 비가 내려 경기장의 의자는 이미 젖어 있었다. 하지만 추모객들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이날 오전 4시20분께 남아공 정부가 제공한 취재진 전용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FNB 경기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도로에는 온몸을 국기로 휘감은 채 빗속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흑인 중년 여성과 남성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추모식은 예정시간보다 1시간 지연된 정오께 시작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비록 계속되는 비로 약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좌석이 가득 차지는 않았으나 수만명이 운집해 환호를 지르는 등 '가신 님'에 대한 정성을 바쳤다.
남아공 당국은 이에 앞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경기장의 인근 도로를 봉쇄하는 등 삼엄한 경비태세를 갖췄다.
남아공 정부는 전날 91개국의 수반과 정상, 10여명의 전직 수반이 참석하는 것으로 밝혀 역대 최대 규모임을 과시했다.
이날 오전 5시께 이미 경기장에 대한 폭발물 점검을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경찰견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경기장 상공에는 남아공이 자체 생산한 루이보크 공격용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