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채호 다시 읽기'는 민족주의자라는 이름에 가려진 아나키스트 신채호를 살펴보는 여정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아나키즘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인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신채호를 아나키즘 수용의 선구자이자, 한국의 대표 아나키스트로 재평가한다.
책에 따르면 신채호는 한국인 아나키스트들의 민족해방운동론을 집대성한 '조선혁명선언'에서 민중직접혁명론을 제시했고, 1936년 초에는 변화된 국제정세를 감지하면서 민족전선론을 감옥에서 가장 먼저 제기했다.
신채호는 1936년 사망하면서 서적 몇 권을 감옥에 남겼는데, 그 중에는 러시아 아나키즘의 선구자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이 쓴 '세계 대사상 전집'이 있었다.
지은이는 1910년대까지는 신채호가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주의자였던 것은 맞다면서도, 그를 단순히 민족주의자로 규정함으로써 생애 중후반을 지배했던 아나키즘적 사유와 활동에 대한 평가가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봉건 유학자에서 자강운동가로, 자강운동가에서 민족주의자로, 그리고 아나키스트로 사상의 변신을 거듭한 신채호에 대한 종합적인 수용이 이뤄져야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내려질 수 있다는 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