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9일 저녁에서 10일 새벽 사이 경찰과 특수부대원들이 정부 청사를 비롯한 키예프 시내 관청 건물 주변 도로에 야권이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시위대를 몰아냈다. 주변에 설치됐던 천막도 걷어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저항하는 시위대를 폭행해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야권은 주장했다.
내무부는 이날 작전이 시위대 강제 진압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관청 출입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법원의 승인을 얻어 취한 합법적 조치라며 다수의 시민들도 생활상의 불편을 이유로 도로 정리를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부터 야권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노조 건물과 키예프 시청에 대한 해산 작전도 곧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노조 건물은 임대 계약을 맺고 저항 운동 본부로 합법적으로 사용 중이며 시청에선 의원들의 유권자 면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국의 강제 해산 움직임을 비난했다.
경찰은 또 1만여명의 시위대가 밀집해 있던 '독립광장' 주변을 병력과 차량들로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서지는 않았다.
야권은 경찰의 광장 봉쇄가 음식이나 음료수 반입을 차단하고 새로운 시위 참가자들의 가세를 막기 위한 압박 조치라며 항의했다.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원내대표 아르세니 야체뉵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내무군과 특수부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당국은 그러나 시위대의 불법 행동을 용인하는 인내가 한계점에 도달해 가고 있다며 야권이 즉각 불법적인 시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빅토르 프숀카 검찰총장은 불법적인 관청 점거와 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고 사법 기관에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야권 시위가 계속되면 무력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였다.
야권은 하루 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위기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범국민 원탁회의를 제안한 데 대해 아직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 중인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유럽차관보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현지 인사들과 면담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뉼런드 차관보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 수석) 등과 면담하며 이같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