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탈세·횡령 의혹' 조석래 회장 소환…"확인할 부분 많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오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가 탈세 및 횡령 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 조석래(78) 회장을 10일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조 회장은 '법인세 탈루와 차명재산 혐의 인정하느냐'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고만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은색 코트차림의 조 회장은 검은색 승용차에서 다소 지친표정으로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내렸고, 거동이 불편한 듯 수행원에 기대 천천히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그룹의 탈세와 횡령, 배임 의혹을 조사하고 조 회장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등 효성그룹과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의혹 전반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탈세와 횡령, 배임 의혹 등 조 회장에게 직접 확인해야 할 부분 많다"며 이날 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검찰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효성그룹이 10년에 걸쳐 1조 원대 분식회계를 하고, 이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의 법인세를 탈루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효성그룹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연루됐는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역외탈세를 시도했는지 여부도 조 회장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효성그룹은 또 1996년 싱가포르 법인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수백억을 대출받아 그룹 임원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 주식을 매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 주식을 그룹 임직원 등 타인 명의로 관리하면서 10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초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지난달 27일 이상운 부회장, 28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을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오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이와 함께 검찰은 효성그룹 본사와 조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효성그룹의 1천억대 탈세와 조 회장 일가의 100억대 횡령 과정에 조 회장이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효성 측과 여러 차례 소환일정을 조율해왔지만 효성 측은 조 회장의 병세를 이유로 검찰 출석을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조 회장이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를 이유로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암병동 특실에 입원하자 검찰은 조 회장 측에 공개 소환을 요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 회장을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조 회장과 조 사장 등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을 조사한 뒤 조사 내용을 검토해보고 추가 수사여부와 향후 처리 방향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설정해보도록 하겠다"며 "사법처리 수위 등과 관련해 조 회장의 병세 등 여러 가지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은 죄질에 따라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하자는 입장이지만 검찰수뇌부 일부에서는 최근 다른 재벌 총수 다수가 구속돼 있는 만큼 재벌총수의 신병처리에 신중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조 회장 등의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9월 말 조 회장과 조 사장, 이 부회장 등 3명을 탈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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