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아르메니아 배우, '43시간 악수'…세계 기록

터키 외무장관, 아르메니아 방문…관계 개선 주목

인종학살 논란으로 대립하는 터키와 아르메니아의 연극배우가 43시간 동안 악수를 해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고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의 데니즈 바르시와 아르메니아의 호브한네스 하지니안은 지난 6일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두 배우는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8일까지 43시간 내내 손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가끔 앉아서 쉬었을 뿐 계속 서 있는 상태에서 밥 대신 사탕이나 물, 차 등만 먹었다.

인터넷으로 중계된 이들의 악수 실황을 보면 영하 3도까지 떨어진 추위에 비바람까지 불었지만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장 악수 기록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세워진 42시간35분이었다.

이들은 세계 기록을 깬 직후 인터뷰에서 "피곤한 것이 사실이나 할만했다"며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역사적 문제가 있지만 이 때문에 양국 국민의 교류가 단절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지난 1915년 오스만제국 당시 저질러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문제로 외교 관계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양국은 2008년 월드컵 예선전 관람차 양국 대통령이 서로 방문하는 '축구 외교'로 관계 정상화 교섭을 벌여 2009년 10월 국교수립 의정서와 관계발전 의정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2010년 1월 아르메니아 헌법재판소가 의정서 일부 조항이 1990년 독립선언에 반한다는 결정을 내려 제동이 걸렸으며 지금까지 대립 관계가 이어졌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이 오는 12일 아르메니아에서 열리는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회의에 참석차 방문할 예정으로 관계 정상화가 다시 추진될지 주목된다.

다부토울루 장관은 지난 5일 아르메니아 측으로부터 회의 참석을 요청받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협의한 결과 참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휴리예트는 이번 방문은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인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년이 머지않았다는 점에서 BSEC 회의 참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 보도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아르메니아인이 오스만제국에 대한 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러시아가 오스만제국을 침공하자 러시아 군대에 가담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오스만제국은 1915년 4월부터 아르메니아 남자들을 학살하고자 18~50세 남자들을 모두 강제 징집했으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군사훈련과 공사현장에 동원돼 집단 사살되거나 과중한 노동과 질병, 기아 등으로 숨졌고 부녀자와 노약자 등은 사막으로 추방돼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당시 희생자는 150만~200만명으로 '인종 대학살'로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터키 측은 전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사건이며 희생자도 30여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사과나 책임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2007년 10월 하원 외교위원회가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을 인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프랑스, 러시아, 그리스, 폴란드 등 22개국이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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