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누리과정 때문에"…대전교육청 '허리띠 졸라매기'

정부 정책 예산이 교육청 부담으로…노후시설 개선 등 줄줄이 '타격'

지은 지 40년이 지난 건물을 유치원 교실로 사용하고 있는 대전의 한 공립유치원.

곳곳에 금이 가고 내부 시설도 보수가 필요하지만 내년에도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될 상황이다. 개축 예산이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제외됐기 때문.

대전시교육청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은 106억 원. 올해 예산의 4분의 1 수준이다.

10여 개 학교의 증·개축이나 강당 신축 등은 보류된 상태다.

교원 명예퇴직 수당도 줄었다. 명퇴 희망자 증가 등을 감안해 86억여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0% 이상이 삭감된 58억 원만이 편성됐다.

대전시교육청은 예산편성지침상 전체 예산의 0.1%로 규정된 예비비까지 줄였다 대전시의회에서 지적받기도 했다.


전체 예산이 크게 줄어든 건 아니다. 시교육청이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0.9% 증가한 1조5천억 원 규모.

그렇다면 시교육청은 이 같이 줄인 예산을 어디에 투입하는 걸까.

바로 '누리과정'을 비롯한 정부 교육복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누리과정은 모든 영유아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 수준의 유아교육 과정. 지난해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올해 3~4세까지 확대된 상태다.

문제는 정부 사업인 이 누리과정의 비용 부담을 사실상 시·도교육청이 맡고 있다는 것.

누리과정 사업비는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부로부터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돼 있는데, 이 교부금은 누리과정 외에도 공무원 인건비와 학교 재정지원, 교수·학습활동 지원, 교육환경·시설 개선 등 교육청 한 해 살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누리과정 예산이 충분치 않게 들어오는데다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다른 쪽 예산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편성한 내년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3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1,170억 원. 시행 첫해 예산인 574억 원과 비교해도 매년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마저도 실제 시행에 들어가면 부족하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올해도 당초 748억 원을 편성했지만 추경을 통해 1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했다.

이 같은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부담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상태.

1순위로 줄어드는 것이 대개 노후시설 개선이나 교육청 자체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맞는 자치교육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에서 누리과정 부분이 자꾸 확대되면서 다른 필요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누리과정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국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재정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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