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우크라 사태 격화에 일제히 우려 표명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반기문 유엔총장, 평화적 해결 주문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야권 시위가 격화 조짐을 보이자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최대 100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린 8일(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의 긴장 상황을 야권 및 시민사회와의 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다음주 키예프로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정국 혼란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긴장 해소를 위한 평화적 대화를 주문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반 총장에게 조만간 상황 안정화를 위한 (야권과의)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카를 빌트 외무장관도 사태 해결책 모색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의) 무력 진압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적극 지원했던 폴란드의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외무장관도 당사자들이 진정을 되찾아 대화에 나서고 폭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야권이 제기한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 요구는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시코르스키는 "대통령은 (야권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EU와의 협력 협정에 서명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야누코비치 정부가 지난달 21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EU와의 포괄적 협력 협정 체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이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8일엔 수도 키예프에서 100만명(경찰 추산 1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대통령과 내각 총사퇴, 조기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는 한편 지난달 30일 시위에서 체포된 인사들의 석방과 시위 강경 진압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성난 일부 시위대는 시내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 세워져 있던 옛 소련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강제로 무너뜨리는 등 과격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낮부터 시작된 시위는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이후 대다수 참가자는 자진 해산했으나 수천명은 여전히 시내 '독립광장'과 인근 정부 청사 건물 주변 등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9일에도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야권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가보안국은 권력 찬탈 혐의로 시위를 이끌고 있는 최대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원내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과 부당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야체뉵 대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국가반역 시도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대거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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