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타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오랜 수감생활을 지근거리에서 감시해온 로벤섬교도소의 간수 크리스토 브랜드가 만델라와 맺어온 30년 넘은 우정을 소개하는 책을 펴낸다고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만델라, 나의 죄수이자 친구'라는 제목으로 내년 3월 출간될 이 책에는 그동안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만델라와 브랜드 간의 비화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브랜드는 이 책에서 33년 전인 1980년 비바람이 불던 어느 날 만델라 전 대통령의 부인 위니 여사가 태어난 지 4개월 된 손녀 졸레카를 데려와 만델라와 만났던 일화를 언급했다.
위니 여사는 3개월에 딱 한 번, 그것도 30분밖에 만날 수 없는 면회 시간을 위해 손녀 졸레카를 안고 하룻길을 달려와 브랜드에게 간청했으나 브랜드는 교도소 규정상 만나기는커녕 보여줄 수도 없었다.
만델라 부부는 면회시간에도 직접 만난 것이 아니라 큰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유리에 손을 마주대고 이야기를 나눠야 했고, 간수인 브랜드가 만델라의 뒤에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대화를 나눠야 했다. 만델라는 브랜드에게 손녀를 보게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역시 대답은 '불가'였다.
하지만 브랜드는 30분 면회가 끝날 무렵 만델라에게 갑자기 기다리라고 하더니, 위니 여사로부터 졸레카를 건네받아 몰래 보안스크린 뒤로 걸어와 만델라에게 손녀를 안게 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만델라는 졸레카를 안고 눈물 속에 키스를 할 수 있었다.
브랜드는 만델라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위니 여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브랜드는 지난 6일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 감옥에서 손녀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어느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만델라 대통령은 브랜드의 '호의'를 잊은 것처럼 여겨졌지만 나중에 의회와 대통령궁에서 그를 대접하고 초청하고 생일 때마다 초청했으며 의회에 새로운 일자리까지 제공했다.
19세 때 처음 로벤섬교도소의 간수가 된 브랜드는 "만델라가 60세였던 당시 나는 농장에서 갓 벗어난 소년이었다"며 "다른 간수들이 죄수들을 잔인하게 다루는 모습도 봤지만 만델라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만델라는 검열이 있을 때면 감방 밖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불평없이 청소하곤 했다"면서 자신이 10대임에도 '미스터 브랜드'라고 부르며 진정하게 존중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만델라는 부인과 자녀를 비롯한 가정을 늘 그리워한 가족적인 사람이었다고 브랜드는 회고했다.
만델라는 브랜드에게 어떤 호의도 베풀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와 그의 직업을 존중해주고 공부를 해 더 나은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충고해줬으며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는 자신에게 운동을 해 몸무게를 줄이라며 건강을 챙겨주기도 했다.
브랜드는 만델라를 끊임없이 감시·검열하면서 그의 고뇌와 번민을 목도했다며 그러나 만델라는 모든 정치범들의 지도자였고 그들의 메시지를 세상 밖으로 알리려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만델라가 자택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둬 안도한다는 브랜드는 "나는 만델라를 통해 많은 인간적인 면을 체험했다"며 "그것은 우리의 관계였으며 지금 그 어느 것보다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작은 인간적인 요소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