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서 상으로 소득세 수입은 49조 8천억원인 반면, 법인세 수입은 46조원으로, 4조원 가량 적다. 그리고 내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소득세 수입은 54조2천억원으로 9% 늘어나지만, 법인세는 46조원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게된다. 이에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간 격차는 8조원 이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국회 예결위 소속 문병호 의원(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소득세수가 법인세를 역전한 해는 2006년과 2007년, 2010년 등 3개 년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7개 년도는 법인세 수입이 소득세보다 많았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의 추세를 보면 소득세수와 법인세수는 역전현상을 넘어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경기 하강국면에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상당부분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법인세 감세정책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 법인세 인상 없다... 밀고가는 정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법인세보다는 소득세의 세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제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들이 경기 살리기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고 잇다.
또 우리나라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높다는 점도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로 활용된다.
그러나, 기업소득에 비해 가계소득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인 소득에 물리는 소득세 수입만 늘려잡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가계소득 비중 줄어드는데.. 대기업도 일부 부담시켜야
지난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가계소득 증가율은 5%인 반면, 기업소득 증가율은 9.7%로 두배 더 높았다. 국가의 총소득에서 기업이 가져가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뜻이다.
게다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 비중이 하락하는 속도는 헝가리, 폴란드에 이어 3번째로 빠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가 전체로는 돈을 벌어도 가계는 상대적으로 빈곤해지고,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인하대 경제학과 강병구 교수가 지난달 경실련 토론회에서 발표한 '공평과세를 위한 소득세제 및 법인세제 개편 방안'에 따르면, 2011년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은 13.1%에 불과했다.
매출(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들에게는 22%(지방세 제외)의 최고세율을 매기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각종 공제와 감면을 통해 실제로는 상당한 수준의 세금을 감면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대 재벌그룹의 사내유보금이 4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법인세는 놔두고 소득세 수입만 계속 늘려가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강병구 교수는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에 대한 세율을 높여 부족한 복지 재원을 일부 부담하도록면서, 중산층과 서민에게도 보편적 세부담을 요구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