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인사와 취재진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 아키에 여사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의 `김장법 강의'를 경청한 뒤 앞치마를 두른 채 직접 김치를 담갔다.
아키에 여사는 이병기 주일대사의 부인인 심재령 여사의 지도를 받아가며 절인 배추에 정성껏 양념을 했고, 심 여사가 입안 가득 넣어준 김치를 맛있게 먹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장을 직접 해보니 "재미있었다"며 "세포기를 담갔는데 남편에게 먹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김치를 함께 만들고 함께 먹으니 서로 사이도 좋아지는 것 같아서 좋다"고 부연했다.
또 김장에 앞서 주일대사 부인과 환담하면서 "오늘 만든 김치는 언제 먹을 수 있느냐"고 묻고, "시어머니가 (오늘 만든) 김장김치를 자신에게도 좀 가져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평소 한류 드라마를 즐기는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아키에 여사는 최근 한일 문화교류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며 아베 총리의 대 한국 외교를 `내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지난달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열린 올레길 걷기 행사, 지난 3일 도쿄 코리아센터(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일 아동작품교류전 시상식 등 한일 교류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정치·외교적으로 얼어붙은 한일관계의 `아이스 브레이커(Ice-breaker)' 역할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왕실 인사인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 비(妃·아키히토 일왕 사촌동생의 부인)도 참석했다. 역시 한국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해온 그는 다른 참석자들과 활달하게 대화해가며 김장을 했고, 자신이 담근 김치를 취재진 앞에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병기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한국의 김장문화와 일본 식문화(和食·와쇼쿠)가 나란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고 운을 뗀 뒤 "김장문화의 특징이 함께 담그고 나눠먹는 `나눔의 문화'라면 일본 식문화의 특징은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을 뜻하는 일본어)', 즉 상대를 배려하고 진심으로 대접하는 것"이라며 두 나라 사람들이 양국 음식 문화 처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손잡고 미래로 나아 간다면 어떠한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해남산 배추 400포기와 신안 소금, 영양 고추, 의성 마늘, 홍성 젓갈 등 전국 각지의 최상급 김장재료들이 공수됐다.
이 대사 내외와 아키에 여사 등 참석자들은 이날 만든 김장김치로 대사관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