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앨리슨 맥팔레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늘어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해 "국가 기준 미만으로 농도를 희석해서 방출해야 할 것"이라고 6일 말했다.
그는 이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매우 복잡해 특효약과 같은 해결책이 없다"면서 판단을 일본이 내린다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맥팔레인 위원장의 발언은 오염수 처리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낼 수 없는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물을 결국에는 바다에 방출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도쿄전력은 ALPS로 오염수에 포함된 62가지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있지만, 트리튬은 이 설비로 걸러낼 수 없다.
트리튬 오염수의 해양 방출론은 처음 거론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25일부터 10일간 도쿄전력의 오염수 문제를 점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도 이달 4일 몇 가지 조건을 붙여 바다에 방출하는 것을 선택지의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올해 9월 초 다나카 순이치(田中俊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춘 오염수를 바다에 내보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원자력 학회 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다나카 사토루 도쿄대 교수)도 비슷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도쿄전력은 올해 9월 18호 태풍 '마니'의 영향으로 오염수 탱크 둘레의 보가 넘칠 우려가 있다며 자체 기준에 따라 스트론튬 90 등 베타선을 방출하는 핵종이 포함된 오염수를 배출하는 등 해양 방출을 이미 틈틈이 실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이 트리튬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것에 관해 아직 명확한 생각도 표명하지 않았다.
IAEA, 미국 NRC 등 권위 있는 기관이 일본의 의견에 힘을 싣고 있어 해양 배출로 해법이 굳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뒤늦게 한국이 해양 방출에 관해 이견을 표명하더라도 이를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한 방사선·원전 전문가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일반적인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섞인 물을 방출하기는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가 난 발전소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통상 원전과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이번에 IAEA가 조사할 때 한국 정부가 대표를 파견하려고 했는데 일본이 거부했다.
IAEA는 핵 산업계를 대변하는 곳이라서 규제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기구가 아니다"고 최근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유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를 일본에 주재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에 보낸 전문가를 약 3개월 만에 교체했고 현재 파견된 담당자도 한 달가량 체류하다 복귀할 예정이라 체계적인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