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 따르면 중국 민항기 불시착 당시 사고기 승객이었던 마슈에장(馬雪江·58세)씨가 최근 당시 자신을 돌봐준 호텔 직원 이순호(80) 씨와 만났다.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은 1983년 5월 5일 납치된 중국민용항공총국 소속 비행기가 강원 춘천에 있는 미군 헬기비행장인 `캠프 페이지'에 착륙한 것을 말한다.
중국 여객기가 미수교 상태인 한국 땅에 불시착한 것은 처음이어서 외교적·정치적 파장이 컸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간 첫 공식 외교접촉이 성사된 것도 이때다.
당시 워커힐은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불시착 여객기의 96명 승객 가운데 하나였던 마씨는 낯선 땅에서 자신들을 돌봐준 호텔 측의 환대를 잊지 못해 이씨의 이름이 적힌 사진 한 장을 들고 30년 만에 그를 찾아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이씨가 이미 오래전에 은퇴한 데다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해온 탓에 그를 찾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중국어 표기가 쉐라톤과 유사한 힐튼 호텔을 워커힐로 혼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두 사람의 해후는 호텔 직원들이 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선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서야 이뤄졌다.
30년 만에 해후한 이씨와 마씨는 당시 찍은 사진을 보고, 사고 직후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겼다.
마씨는 "당시 워커힐의 환대는 공포에 떨던 우리 가족과 많은 중국인에게 온기가 되었고 한국의 정을 심어 주었다"며 "중국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창 밖에서 손을 흔들던 이순호 부장도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마씨의 아들이 4살이었는데, 집에 있던 어린 아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유독 마씨 가족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