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특위에서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자민당) 위원장 여당은 야당의 질의를 중단시키고 표결을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 등은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표결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마이크가 파손되기도 했다.
앞서 중의원에서 특정비밀보호법안에 찬성했고 참의원에서 여당과 법안 수정을 합의한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은 '심의가 충분하지 않고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결하는 것은 강행'이라며 표결 전에 퇴장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민주당 대표는 "매우 유감이다. 분노로 몸이 떨린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날 오후 도쿄도 도심 거리연설에서 "철저하게 논의해서 일을 결정하는 것이 규칙이다.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제인데 왜 강행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일본유신회 의원단 간사장은 "놀랄 따름이다. 매우 난폭한 운영이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미즈노 겐이치(水野賢一) 다함께당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도 "다수의 교만함에 항의하겠다. 찬성하기 쉽지 않다"고 하는 등 야당 전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일본지부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부정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평가했다.
히비노 도시아키(日比野敏)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회장은 "역사에 남을 폭거"라며 "탄압이 있으면 일치단결해 싸우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여야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폭주'를 보여주듯 야당 소속 상임위원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자민·공명당은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미즈오카 순이치(水岡俊一) 내각위원장과 오쿠보 쓰토무(大久保勉) 경제산업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참의원 상임위원장 2명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여당은 미즈오카 위원장이 국가전략특구 창설 법안을, 오쿠보 위원장이 독점금지법 개정안 심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이 자리에는 자민당 소속인 산토 아키코(山東昭子)·기타가와(北川) 잇세이 참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을 해임한 것은 양원(兩院)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야당의 거점을 빼앗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민주당은 특정비밀보호법안 강행과 상임위원장 해임에 맞서 이시이(石井) 미도리(자민당) 후생노동위원장의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애초 여당은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이날 참의원 본회의까지 특정비밀보호법안을 통과시켜 법을 성립시킬 방침이었으나 반발이 거세지자 6일로 표결을 미루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와키 마사시(脇雅史) 자민당 간사장은 야당이 반발하는 경우 회기 연장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누설되면 국가 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외교·특정유해활동(스파이 행위 등)방지·테러방지 등에 관한 정보를 특정 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유출한 공무원을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발의 단계에서부터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행정기관의 장에게 비밀 지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비밀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숨기고 싶은 정보를 멋대로 비공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학자 2천여 명과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감독 269명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 단체가 연일 시위하는 등 각계가 입법에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