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팎 깃털 싸움만 시끌…몸통 실체는 '오리무중'

전·현정권 靑행정관 주장 엇갈려…전·현정부 신경전 양상도

"형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vs "그런 사실 없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해 채모 군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했는지 여부를 두고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실체적 진실과 함께 '몸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청와대 시설팀장 조모 행정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대질까지 요청하던 당초 입장을 바꿔 먼 인척관계에 있던 안전행정부 소속 3급 공무원(국장급) 김모 씨의 부탁으로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 행정관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한 당사자로 지목된 안행부 김모 씨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서 짧게나마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다시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기대를 갖고 조사에 응했지만 난데없는 불법적인 개인정보 조회 의뢰자로 찍히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크게 보면 가능성은 두가지로 좁혀진다. 조 행정관이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윗선을 감추기 위해 전화나 문자메시지 왕래가 있던 안행부 김모 씨를 둘러댔거나, 안행부 김씨가 진짜 배후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


1997년 한보그룹 특혜대출 사건 때 홍인길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은 "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해, '그럼 몸통이 누구냐'는 논란이 인 이후 권력형 비리가 불거질 때면 몸통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곤 했다.

가깝게는 지난 정부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실이 발각됐을 때 끝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지 못해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국무조정실 차장을 몸통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채 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최초의 사람이 몸통이고, 조 행정관과 김모 씨는 깃털이라고 할 수 있는 데, 깃털들 사이에 말이 엇갈림으로써 검찰 수사를 통해 몸통이 드러나게 됐다.

몸통은 현재 청와대에 몸담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전정권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쪽이냐에 따라 그 정권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현 청와대의 기류는 어떤 연유에서 건 과거 정부 담당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소속 인사가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자신있게 말한 부분이 이를 뒤받침한다.

이 수석의 자신감은 검찰.경찰 등 베테랑 요원들로 구성된 감찰팀의 결론이라는 데서 나온다. 안행부 김모 씨가 현정부 들어 청와대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도 과거 정부 사람들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가 감찰에서 안행부 김 씨에게 채 군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하거나 지시한 윗선이나 배후에 대해 파악을 했는지는 미지수다. 김모 씨가 조 행정관에게 부탁을 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몸통 파악까지는 가지 못했을 수 있다.

안행부 김모씨가 조 행정관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을 경우에는 조 행정관은 물론 현재의 청와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전정권 담당자들은 조심스럽게 현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무게를 둔다. 별정직 공무원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인 조 행정관이나 안행부 김씨가 지나간 정권을 위해서 '목숨'을 걸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조 행정관 선에서 끝냈어야 했지만 안행부 김 국장까지 물고 들어갔다. 김 국장은 부인하며 대질까지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검찰 수사가 들어가면 공무원들은 다 실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현재의 청와대가 대처를 너무 안이하게 한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처음에 개인정보 조회요청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던 조 행정관이 하루 사이에 말을 바꿔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점에 대한 해명이 미진한 부분이나, 이 수석의 브리핑에서 안행부 김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짧게나마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빠졌던 점 등은 석연치 않다.

또 조 행정관이 감찰발표 직전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다 한 것처럼 돼 고통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도(4일자 노컷뉴스 '청와대 조 행정관 '내가 다 한 것처럼 돼' 고통 호소' 기사 참조) 청와대가 밝히지 않은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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