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은 전날 예보를 통해 이날 오전에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측될 뿐 일평균은 '보통'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보는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이날 오후 서울 전 지역은 하늘이 누런색으로 뿌옇게 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이 측정한 서울 지역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 1시 153㎍/㎥를 기록했다가 오전 8~10시 120㎍/㎥로 떨어졌다. 그러나 오전 11시 131㎍/㎥로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오후 3시 기준으로 183㎍/㎥까지 치솟았다.
이는 예보 등급상 '나쁨'(121㎍/㎥ ~ 200㎍/㎥)에 해당하는 수치며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는 물론 일반인도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수준이다.
지역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짙게 나타나고 있다.
대전시대기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전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22㎍/㎥를 기록했다.
이는 평소 40㎍/㎥와 비교해 3배 높고 WHO가 권고하는 기준치 25㎍/㎥와 비교해서도 5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시민들의 출근시간인 오전 8시부터 미세먼지가 농도가 짙어지기 시작해 이날 오후 2시에는 일부 지역에서 1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청주 지역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안개현상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 청주공항출장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청주공항에 내려진 저시정 경보가 오후 5시까지 연장됐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청주공항 이·착륙 비행기 총 27편 가운데 3편이 결항되고 9편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를 떠나는 비행기는 2대가 결항되고 5대가 지연됐으며, 청주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는 1편이 결항되고 4편이 지연됐다.
충북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청주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청주시 송정동이 160㎍/㎥를 기록했고 도내 평균 112㎍/㎥로 측정됐다.
미세먼지 예보가 빗나간 이유에 대해 환경과학원은 대기가 안정된 상태에서 안개가 많이 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립환경경과학원 관계자는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이 바람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기가 안정되면서 대기 중에 오염물질이 계속 남아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약한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바람이 강하지 않고 대기가 안정돼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오래 떠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에서 다가오는 미세먼지는 중국의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공해물질 중 직경 10㎛ 이하로 형성된 입자가 다량 포함된 먼지를 의미한다.
이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늘어 코와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로 유입돼 암까지 유발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의료계는 미세먼지를 '조용한 살인자'라 칭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