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원은 5일 언론에 사전 배포한 자신의 책 '1219 끝이 시작이다'를 통해 이같은 단일화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쟁에 의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며 "정정당당한 경쟁과 승복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당시 두 후보는 여론조사 방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안 의원의 일방적인 사퇴를 통해 가까스로 단일화를 이뤘다. '아름다운 단일화'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 것이다.
문 의원은 "한완상 이사장을 포함한 시민사회 어른 몇 분이 제게 '통 큰 양보'를 당부했다"면서 "제게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도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후회되는 대목"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100만 국민경선에 의해 선출된 후보이므로 제 독단으로 양보하면 안 된다는 주문들이 많았고 제 생각도 같았다"며 "결과적으로 그게 과욕이 됐다"고 성찰했다.
안 의원이 지난해 11월 23일 밤 사퇴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선 "후보 사퇴를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었다"며 "우리는 협상 마감 시한을 24일 정오로 생각했던 반면 안 후보측은 23일까지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후보들 간에 마지막으로 하다못해 전화통화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안 후보는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며 "저로선 막판 양보와 극적 합의 기회를 놓친 것이 무척 아쉽다"고 했다.
문 의원은 단일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으로 당 안팎에서 거세게 요구했던 민주당 지도부 사퇴를 꼽았다.
그는 "대선을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치르게 됐고, 치명적인 전력의 약화였다"면서 "사실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민주당의 조직적 지원을 위해 필요한 분들이었다. 제가 안 후보측을 적극 설득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문 의원은 "단일화 그늘도 컸다"며 단일화 부작용도 언급했다. "단일화 블랙홀이 워낙 커서 단일화가 끝날 때까지 박근혜 후보 간 대결 구도가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 공약으로 추진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책도 모두 단일화 의제에 묻혀버린 점을 거론하면서 "정책에서 차이가 부각되지 않았고, 오히려 박 후보가 의제를 선점한 것처럼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일화가 늦게 되는 바람에 본선 모드로 전환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단일화의 모든 것을 후보 간 협상에 맡겼는데 한쪽이 협상을 늦춰도 속수무책, 벼랑 끝 전술로 버텨도 속수무책, 평행선을 달려도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 후보의 TV토론 태도에 대해선 저도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보수나 중도 성향 유권자에겐 거부감과 불안감을 줬고 역풍으로 돌아왔다"며 "토론의 규칙과 예의, 품격을 지키면서 할 말을 했더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당시 당 안팎에서 불거진 '친노' 참모진 사퇴 요구에 대해선 "이른바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 퇴진을 요구했는데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대선 평가'에서 진짜 밝혀내야 할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새누리당 출신이라도 데려다 써야 할 판에 '친노'라서 안 된다고 배제하게 만드는 민주당 내 '그 무엇'"이라고 일갈했다.
문 의원은 대선 1년을 맞아 발간한 이번 책과 관련해 "제발 '친노 세력의 세 결집을 노렸다'는 따위의 분석은 하지 말기 바란다"며 "친노라는 막연한 공격과 비난은 이제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신신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