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와 기업에서는 저소득층 필요에 초점을 맞춘 '맞춤식 기부'를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 살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 A(43) 씨는 연말연시 때마다 자신을 돕기 위해 기업과 사회단체 등에서 동 주민센터를 통해 전달하는 수십kg의 쌀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정부 양곡 할인지원 대상으로 지정돼 있어 평소에도 판매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정부미를 살 수 있는 터라 필요 이상으로 넘치는 쌀보다는 겨울철 수급비의 30%를 차지하는 난방비 고민을 덜어줄 기름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다.
A 씨는 "겨울철 난방비로 매달 10만 원 넘게 지출하는데, 40만 원 남짓한 수급비 받아 난방비 내고 나면 사실상 여유가 없다"며 "기부받은 쌀을 파는 건 불법이라 혼자 다 먹지도 못하는 쌀만 방안에 한가득이다"고 말했다.
A 씨의 사례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이 그 혜택을 받는 수요층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상구는 올해부터 사회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기부 문화 확산에 초점을 둔, '맞춤형 난방용품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 빈곤으로 난방유를 구입하지 못하거나
난방용품이 없어 한파에 노출된 사상지역 저소득층 100가구를 선정했다.
난방유가 필요한 가구에는 20만 원 상당의 난방유 100ℓ를, 온열매트나 이불 등 난방용품이 필요한 가구에는 후원자가 현물을 직접 구매해 전달한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직원 2백여 명으로 구성된 봉사동호회가 지난 6월부터 추진 중인 맞춤형 봉사활동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호회는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에 필요한 세탁기, 냉장고 등 4천만 원 상당의 생활 가전제품을 40여 가구에 전달하는 한편, 따뜻한 겨울나기가 될 수 있도록 노후 가구의 실내 도배와 전선 정리, 주방 싱크대 관리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부산 경마공원도 쌀과 김치 일색인 기부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경마공원 부지 내 유휴지에서 직원들이 직접 재배한 고구마와 호박, 상추, 토마토 등 다양한 경작물을 인근 저소득층에게 전달하는 이색적인 기부를 펼치고 있다.
일부 지자체와 기업들의 저소득층 필요에 주안점을 둔 맞춤형 기부를 계기로, 해마다 겨울이면 반복되는 쌀과 김치의 '편식 기부'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