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시카고 생가, 논란 끝에 박물관 복원 추진

미키마우스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만화가이자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 감독 겸 제작자였던 월트 디즈니(1901~1966)의 생가가 지어진 지 120년 만에 민간주택 용도에서 벗어나 사설 박물관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디즈니 탄생 112주년을 맞는 5일 시카고 도심으로부터 약 8km 떨어진 서민 주택가에 위치한 디즈니 생가가 새 전기를 맞는다.


최근 이 집을 매입한 브렌트 영과 디나 베너든 부부는 "디즈니 생가를 사설 박물관으로 재단장해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면서 "5일 복원을 위한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집은 수 년 전 부동산 시장에 나왔으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지난 6월 할리우드에서 테마파크 개발업체 '수퍼78'(Super78 Studio)을 운영하는 영-베너든 부부에게 매각되면서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됐다.

영은 "디즈니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소박한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며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고무하고 부모들에게는 또다른 디즈니를 키워낼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290㎡ 대지에 지어진 연면적 148㎡의 이 작은 2층 집은 목수였던 디즈니의 아버지 일라이어스가 1893년에 직접 지었다. 디즈니의 어머니 플로라가 설계 아이디어를 냈다.

이 집에서 월트디즈니 프로덕션을 공동설립한 형 로이(1893~1971)와 월트가 차례로 태어나 1906년까지 살았다.

그러나 이 집에 일반의 관심을 모아보려는 보존주의자들과 사업가들의 노력은 오랫동안 성과를 보지 못했다. 커뮤니티센터나 어린이 교육센터로 만들려는 시도에는 자금모금이 뒤따라주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에서조차 인기없는 매물이었다.

시카고 시의회는 약 20여 년에 걸쳐 이 집을 명소로 지정하는 방안을 여러차례 검토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건축 구조상 별 특징이 없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였고 디즈니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평가도 크게 작용했다.

시카고 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지난 1997년 디즈니 생가 명소 지정 문제를 다룬 회의에서 "디즈니는 반유대주의자일 뿐 아니라 인종주의자이고 반노동 사상을 가졌다"며 "영웅화 해서는 안될 인물"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영-베너든 부부는 5일 소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ter)를 통해 디즈니 생가 복원기금 50만 달러(약 5억3천만원)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다. 또 철거할 일부 건축 자재를 잘 포장해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은 "월트디즈니사 측에는 이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며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사 측은 "디즈니 생가는 월트디즈니사와 제휴된 사업이 아니며 아무런 연관이 없고 공식 승인이나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디즈니 공동설립자 로이의 손자인 로이 P.디즈니는 성명을 통해 "디즈니가(家)를 대표해 월트 디즈니의 생가 복원에 대한 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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