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 행정관 '내가 다 한 것처럼 돼' 고통 호소

이틀만에 감찰 결과 내놨지만 의혹 증폭…혹 떼려다 붙인격

서울 종로구 세종로 청와대에 안개가 끼어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4일 조모 행정관에 대한 감찰결과를 서둘러 내놨지만 의혹이 잦아들기는커녕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다.


청와대 감찰의 핵심은 조 행정관이 안행부 고위공무원 김모 씨의 부탁을 받고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채모 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런 결론을 근거로 "청와대 소속 인사가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 행정관 개인의 일탈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 조회 요청 문제가 불거진지 이틀만에 신속한 결론을 내놓은 것은 '윗선' 또는 '배후'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나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아니냐는 여론의 심증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정현 수석은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행부 공무원 김 씨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밝힐 문제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김 씨가 조 행정관의 먼 친척이자 지난 5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언론 취재 결과 밝혀짐으로써 청와대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뒷조사를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고, 사건을 숨기고 축소하려 급급했다는 의심까지 떠안게 됐다.

특히 김 행정관이 근무하던 5월까지 민정수석은 곽상도 전 수석이었고, 두 사람은 성균관대라는 학연으로 얽혀져 있다.

안행부 공무원 김 씨가 조 행정관에게 채모 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했다는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여론의 관심을 청와대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조 행정관과 잦은 전화통화를 한 김 씨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당사자가 반발하는데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 감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조 행정관이 자신에 대한 감찰이 이뤄진 직후 불만과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CBS 취재결과 조 행정관은 감찰이 시작된 3일부터 감찰결과가 발표된 4일 오후 직전까지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내가 혼자 다 한 것처럼 돼 굉장히 고통스럽다', '나한테 책임을 다 지라고 하는 것처럼 다 돼서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배후와 윗선이 있음에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자신이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데 대한 한탄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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