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심판을 위해 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ECHR 법정에서 열린 증인 심문에서 팔레스타인 출신의 아부 주바이다(42)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알라힘 알나시리(48)의 변호인은 이들 의뢰인이 폴란드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 감옥에서 물고문을 당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이들이 지난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수개월 동안 폴란드에 있는 CIA 비밀 감옥에서 수사관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고문과 모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특히 폴란드 정부가 비밀감옥에서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방조했으며 테러 용의자들이 관타나모 미군 기지로 이감되는 것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는 고문을 방조하고 인권 유린 행위를 방치함으로써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했다고 변호인들은 강조했다.
아무리트 싱 변호사는 "고문과 인권유린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ECHR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IA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일부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 비밀 감옥을 설치한 뒤 테러 용의자들을 이곳에 구금, 심문하면서 미국으로 이송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비밀감옥을 운영하면서 용의자들을 영장도 없이 체포하고 고문하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유럽평의회 조사 결과 밝혀졌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이들 용의자에 대한 고문 등 인권침해 행위의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를 벌여왔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ECHR은 지난해 12월 레바논 출신 독일인 칼레드 엘마스리 불법 납치의 책임을 물어 마케도니아 정부가 엘마스리에게 6만 유로(약 9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엘마스리는 2003년 말 마케도니아에서 CIA 요원에 납치돼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져 5개월간 구금된 후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