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해도 미래 꿈꿀 틈없는 한국학생들"<스웨덴紙>

"보수 좋은 교사직ㆍ치맛바람이 교육 성과 비결"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스웨덴 언론이 한국 교육의 성과 이면에 있는 그늘을 집중 조명했다.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더그블라뎃(SvD)은 3일(현지시간) '호랑이 엄마가 학구열을 부추긴다'는 제목의 한국 교육 분석 기사에서 "국제 순위에서 세계 최고의 학교를 갖고 있지만, 주입식 공부로 학생들이 미래를 꿈꿀 여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사립 남자고등학교인 신일고를 직접 방문, 도서관이 문 닫는 밤 11시에 다시 사설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고단한 일과를 소개했다.

하루 12시간 공부한다는 류인채(17) 군은 이 신문에 "미래나 내 꿈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했고, 김영환(17) 군은 "정글과 같이 경쟁이 심하다. 잡아먹거나 먹힌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일류대학으로 꼽히는 속칭 `스카이(SKY)대'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하는 것이 결혼상대와 인생의 많은 것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하에서 고등교육이 금지됐고 2차 세계대전 후 고졸이상 학력자가 국민의 5%에 불과했다면서 '한국의 교육 기적'이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2012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2∼4위를 차지했다.

신문은 그러나 우수한 학생을 배출한 교육열이 학생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따돌림, 그리고 높은 자살률을 낳았다고 부정적인 면도 거론했다.

스웨덴 교육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황선중(56)씨는 "암기식 교육은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놓치게 한다. 따라서 신선하고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에서 10년째 교사로 일하는 캐나다인 롭 아우한드씨는 "한국에서는 교사도 시험에 집착한다. 교사 역시 이곳이 학생들을 세계 시장에 대비할 수 있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혁신이 중요해지는 오늘날 한국교육이 제구실을 못한다며 41%에 이르는 한국 대졸자의 높은 실업률과 영어 구사 능력 부족 등을 예로 들었다.

속칭 `엄친아'라는 용어와 함께 한국 엄마들의 거센 치맛바람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 당국이 창의력 향상을 위해 시험방식을 객관식에서 탈피해 주관식 서술형에 30%가량 할애하도록 바꾸었지만, 채점 때면 엄마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도 소개됐다.

한국 교육 기적의 핵심은 정부의 교육 투자와 교사의 높은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보수가 좋은 직군이라는 점과 교육열이 높은 `호랑이 엄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스웨덴 언론들은 지난 10월 사민당 스테판 뢰펜 대표의 한국 교육 현장 방문을 계기로 한국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시 뢰펜 대표는 `한국 교육을 벤치마킹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얀 비외르크룬드 교육장관이 `교육의 질을 경시한다'고 한국 교육을 비판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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