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의 절규 "오죽하면 자식과 죽겠나"

'세계 장애인의 날' 맞아 농성 469일째 장애인들 투쟁 선포

"왜 자식하고 같이 죽어야 합니까? 나라가 있는데 부양의무제가 왜 필요합니까?"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민단체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념 대회를 가졌다.

공동행동은 이날로 469일째 지하철 광화문역 안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뜨거운 여름 농성을 시작한 이래로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화재로 숨진 김주영 씨, 부모님이 일하러 간 사이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박지우·지훈 남매, 장애등급재심사에서 탈락해 수급 자격을 박탈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진영 씨 등 4명이 세상을 떠났다.


공동행동은 이날 기념대회에서 지난달 서울 관악구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가장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나도 발달장애인이라서 어제 뉴스를 보고 매우 마음이 아팠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의 아버지도 어릴 적 술만 마시면 '우리 죽을 때 너도 같이 가자'고 말했다는 것. 그럴 때면 박 대표는 '나는 죽는 것도 혼자 못하나' 싶어서 그 말이 듣기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부모도 없이, 발달장애인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했던 아버지 마음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어머니는 발달장애인인 나를 키우느라 평생 벚꽃구경, 단풍놀이 한 번 못가봤다"며 "이제 나의 부모같은 부모는 없어져야 하지 않겠냐"고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개인별지원체계와 활동보조인 제도 도입,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가 이뤄졌다면 이처럼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들이 희망을 잃고 목숨을 끊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올해 안에 발달장애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처음에 약속했지만, 여태까지 장애인들과의 협상이나 의견교환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발달장애인법 없는 한국은 선진국 사회라고 볼 수 없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장애등급제도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2009년 한국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했지만,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도 않고서 마치 협약 가입만으로 장애인 인권을 실현하고 있는 것처럼 내세우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인법은 최소한의 현실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이날 "지난해 이맘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복지국가 만든다고 약속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꼭 하겠다고 했다"면서 "대통령이 된지 1년이 됐지만 복지와 장애인 공약은 후퇴하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이날부터 오는 1월 2일 농성 500일이 될 때까지, 30일간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은 3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서명운동으로 시작해 30일동안 사회 각계각층의 릴레이 서명 운동으로 이뤄진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