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정국 풀려는 정치권에 찬물 끼얹는 청와대

[12월 3일 하근찬의 아침뉴스] 여야 대표 회동 중 문형표 복지 등 임명 강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3일 화요일 아침뉴스 하근찬입니다>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보자며 어렵사리 여야 대표가 만났는데 청와대가 다시 찬물을 끼얹습니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 야당이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한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거죠.

특히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도덕적 흠결이 발견됐고, 본인도 "해명을 못 하면 사퇴하겠다고"까지 했는데 이를 덮고 장관 자리에 올렸습니다.

이럴 거면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는 왜 하는 건지, 또 대화는 왜 하겠다는 건지 정말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습니다>

▶ 여야는 오늘 4자회담을 재개해 새해 예산안 등 정국 쟁점에 대한 이견 절충에 나섭니다.

▶ 오늘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연무 현상이 나타나겠습니다.

▶ 중국이 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에 자동차 시장의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모두 없앨 것을 요구했습니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한 불법 개인정보 유출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오늘부터 한ㆍ중ㆍ일 3국을 방문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이견 조정에 나섭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오늘 아베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습니다.

<오늘도 중국발 미세 먼지 유입>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어제 온종일 회색 하늘에 답답하지 않으셨나요?

중국발 미세 먼지 때문인데요, 오늘은 물론 내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희 기잡니다.

= 어제는 하늘에 드리워진 먼지 안개 때문에 하루 내내 '회색 서울'이 지속됐습니다.

미세 먼지는 어제 한때 평소의 두세 배 수치인 세제곱미터당 118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오후부터 중국에서 불어온 미세먼지에 답답한 회색 하늘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에는 평소 수준이지만, 늦은 오후부터는 일시적으로 100마이크로그램 이상 고농도가 될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다봤습니다.

또, 오전 내내 짙은 안개도 예상됩니다.

기상청 이현수 통보관입니다.

"고기압 영향으로 오전 내내 수도권 지역에 안개가 예상됩니다. 오후에는 박무, 연무가 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호흡기가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는 장기간 외출을 삼가셔야겠습니다.

<여야 만나면 뭐하나? 정국 전망 여전히 암담>

정국 정상화를 위한 여야 4자회담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 어제 오후 '경색된 정국을 풀어보자'며 4자회담 테이블에 앉은 여야 지도부는 결국 아무 성과 없이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늘 다시 회담이 열릴 예정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최인수 기자입니다.

=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국회 정상화와 정치 복원을 이야기하며 마주했지만, 관건은 역시 특검과 특위였습니다.

새누리당은 절충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양보는 없다고 맞섰습니다.

회동이 열리던 중 청와대가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도 정국 정상화를 모색하던 국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습니다.

당내 일부 반발에도 회동을 성사시킨 황우여 대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황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의 '마이웨이'를 정면 돌파 신호로 받아들여 새누리당이 예산안 단독 상정 카드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김한길 대표는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빈손으로 회군할 수 없다는 당내 분위기는 강경합니다.

일단 꽉 막힌 정국의 숨통은 텄지만, 오늘 다시 만나는 여야 지도부가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습니다.

<'채동욱 정보 캐기'에 청와대 관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정보 캐기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검찰총장을 찍어 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배후 인물이 확인될지 주목됩니다.

자세한 소식 사회부 김수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죠?

=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은 자신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와 언론 취재를 통해 속속 거짓말인 걸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 행정관은 지난 6월 11일 서초구 조이제 국장에게 채 모 군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알려주며 이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채 군 정보를 전달받은 뒤에는 고맙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조 국장은 휴대전화에서 문자메시지를 삭제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복원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조이제 국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확인했는데 "나는 조 행정관 부탁만 받고 건네줬을 뿐인데 내가 주도한 것처럼 비춰진다"며 억울해했습니다.

▶ 현직 검찰총장 관련 의혹에 대한 확인을 청와대 행정관이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 검찰 안팎에서 주목하는 점이 바로 그겁니다.

조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직속 부하라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채 전 총장 찍어내기 시나리오가 기획ㆍ실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탭니다.

청와대 시설과 예산 관리를 맡은 조 행정관이 채 군 주민번호 등 개인신상정보를 알 필요가 없다는 점도 '조 행정관 윗선이 누구인가?'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 행정관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이나 민정수석실 등 윗선의 부탁을 받고 채 군 신상정보 확인을 요청했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 입성한 조 행정관이 정권이 바뀐 뒤에도 살아남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단독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 이렇게 된 이상 조 행정관 소환 조사는 불가피하지 않겠습니까?

= 조 행정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검찰은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조만간 조 행정관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입니다.

조 행정관이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도 크기 때문에 검찰은 조 행정관을 신속히 소환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전직 검찰총장 정보 캐기에 청와대가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 폭발력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어제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이 큰 숙제를 떠안았죠?

= 이번 사건에 청와대 인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김진태 총장 자신은 물론 검찰의 명운도 이번 수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진태 총장도 어제 취임하면서 "검찰 정치적 중립에 관한 어떠한 시비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져달라, 나부터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 사건 수사 태도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대로 수사를 못 한다면 특검 논의에 불을 댕길 것이고 청와대 핵심의 관여 사실이 드러난다면 현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김 총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방공구역에 이어도 포함 여부 결론 못 내>

▶ 정부가 이어도와 홍도를 포함하는 새 방공식별구역 즉, 카디즈(KADIZ) 선포 방침을 정했지만,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점과 방법 등에서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정협의가 돌연 취소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지나 기자가 보도합니다.

= 카디즈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 열리기로 했던 당정협의는 어제 오후 돌연 취소됐습니다.

정부는 이어도와 홍도를 포함하는 새 카디즈를 마련해 놓고 당정협의를 거쳐 이를 확정할 방침이었습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일정이 이렇게 갑자기 취소된 배경에는 현실외교라는 어려운 벽이 있습니다.

새 카디즈가 중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되는 만큼 인근 국가들이 모두 한국에 적대적이 되지 않도록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것입니다.

카디즈 확대라는 정면 돌파를 결정하고도 정작 돌파력 즉, 외교력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당정협의 연기에는 또, 관련국 입장을 재차 '간 보기'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이번 주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과 중국을 차례로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안보동맹 상대이자 사실상 카디즈 설계자인 미국이 새 카디즈 선포에 부정적이라는 기류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험한 한중 FTA, 중국산 벤츠가 밀려온다>

▶ 중국이 우리 정부와 FTA 협상을 벌이면서 미국 수준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없애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생산된 유럽과 일본 자동차가 더욱 저렴한 가격에 국내로 들어와 자동차 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보도에 박상용 기잡니다.

=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협상에서 자동차 시장을 전면 개방했습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풀었습니다.

덕분에 정작 좋아진 쪽은 미국을 통해 수출하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가운데 유럽 자동차 점유율이 2011년 74%에서 올해는 78.4%로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외제차 1,100만 대 가운데 최소 1%인 10만 대만 수입돼도 국산 자동차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국의 싼 물류비용과 인건비를 바탕으로 유럽과 일본 자동차 가격이 지금보다 많게는 20% 이상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달리 중국에 대해선 자동차 안전기준과 같은 비관세 장벽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 중국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중국을 설득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신문으로 보는 세상, '아침 신문 읽기' 이희진 기잡니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인정보 불법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군요.

= 앞서 저희 김수영 기자도 자세하게 전해드렸는데요.

한겨레가 개인정보 불법 유출의 핵심 인물인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을 인터뷰에 오늘 신문 1면 톱으로 보도했습니다.

조 국장은 인터뷰에서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 모 군 관련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한 청와대 조 모 행정관이 나중에 '고맙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 "개인정보 확인을 부탁한 적이 없다"던 조 행정관 주장이 거짓이라는 거죠?


= 어제 한겨레를 통해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조 행정관 주장을 언론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문자 메시지까지 받았다"는 조 국장 폭로로 청와대가 궁지에 몰리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부정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다는데요.

국가기관, 특히 청와대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 관여는 민주주의의 기본 중 기본을 부정하는 거죠.

김진태 검찰총장, 일벌백계 차원에서 청와대부터 단단히 손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국내 유력병원 의사들이 심장 수술 생존율을 조작했다고요?

= 조선일보 1면 기삽니다.

서울대병원 등 국내 유력 병원 의사들이 세계적으로 50%대에 불과한 특정 심장 수술법의 생존율을 80%로 조작해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는 겁니다.

삼성서울병원과 연세대세브란스 등 국내 최고라는 병원 의사들이 이 조작 논문 발표에 참여했답니다.

논문 조작 자체도 충격이지만, '생존율을 부풀린 논문을 믿고 환자들이 수술법을 잘못 택할 수도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남들 심장 수술하기 전에 논문 조작 의사들은 자기 양심부터 수술받아야겠네요.

▶ 현대제철은 '살인기업'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전혀 할 말이 없겠습니다.

= <1주 만에 또 현대제철서… 안전 진단하다 지붕서 추락사>라는 기사가 한겨레 사회면 톱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26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가스가 유출돼 50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 10일 역시 가스 유출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또다시 가스 유출 사망 사고가 반복됐기 때문이었습니다.

▶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또 사망 사고가 났군요.

= 어제 오후 3시 50분쯤 철강공장 지붕에 올라가 안전 진단 작업을 하던 38살 노 모 씨가 추락해 숨진 겁니다.

사고가 난 공장 지붕은 양철판이 삭아 떨어지는 등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0월 말에도 추락사가 있었다는데,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올해만 네 차례 사망 사고로 8명의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대체 현대제철은 노동자 안전을 얼마나 허투루 여기기에 사망 사고가 이렇게 잦고, 노동 감독 당국은 또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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