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인 1998년 12월 20일 전북 군산시. 그날 저녁 신모(58·여) 씨는 "내연남 채모(63)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며 1년 전 이혼한 전 남편 강모(당시 48세) 씨를 불러냈다.
강 씨는 신 씨를 따라 군산 지곡동의 한적한 매운탕집으로 갔다. 채 씨는 부부가 이혼을 하기 5년 전부터 신 씨와 내연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혼한 지 1년 만에 전 부인이 털어놓은 내연남 얘기에 강 씨는 이내 만취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함정이었다는 것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술에 취해 식당을 나와 신 씨의 승용차에 함께 올라탄 강 씨는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몰래 기다리고 있던 채 씨가 뒷좌석에 따라 타서 절굿공이로 강 씨를 내리친 것.
채 씨와 신 씨는 실신한 강 씨를 싣고 그대로 차를 몰아 인근 야산의 공터로 향했다. 보는 이 하나 없는 그 곳에는 채 씨가 미리 주차해둔 또 다른 승용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정신을 차린 강 씨가 차량 밖으로 도망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채 씨는 트렁크에서 차량공구를 꺼내온 뒤 강 씨를 쫓아가 얼굴과 뒷머리를 다시 여러 번 내리쳤다.
이어 강 씨의 시신을 승용차 운전석에 옮겨 놓고 시동을 켠 채 내리막길을 내달리게 했다. 졸지에 강 씨는 휴일날 음주운전을 하다가 돼지축사를 들이받고 숨진 사람이 됐다.
이들이 강 씨를 살해한 이유는 바로 신 씨가 강 씨 명의로 몰래 들어놨던 고액 보험 때문이었다.
신 씨는 범행을 실행하기 1년 3개월여 전부터 강 씨 명의로 보험 3개에 가입해놨다. '휴일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고액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으로, 총 5억 7500만 원 상당이었다.
신 씨는 범행 발각을 피하기 위해 강 씨 또는 자신의 딸의 서명을 계약서에 대필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입한 보험으로 강 씨가 숨지자마자 1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뒤, 곧바로 딸들의 계좌로 이체해 사용했다. 신 씨는 당시 1억 2500만 원 상당의 대출 빚을 안고 있었다.
이들의 치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군산지역에서 개인택시 조합장을 역임했던 채 씨는 주변인들에게 거짓 알리바이를 진술하도록 종용했다. 신 씨도 딸에게까지 거짓 알리바이를 진술하게 해 용의선상에서 벗어남으로써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꿈꾸며 15년을 유유히 살아온 신 씨 등은 공소시효를 25일 앞둔 지난 25일 제주도 등에서 경찰의 장기미제사건 전담팀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와 채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몇 달이 채 안 돼 결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살인 혐의로 신 씨와 채 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보험사기 등 다른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