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간결하고 고급스런 '페어 웰, 마이 퀸'

영화 '페어웰, 마이 퀸'은 프랑스혁명을 다룬 또 한 편의 영화다. 그러나 궁녀의 시각에서 세밀하게 혁명을 바라봤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하다.

'육체의 학교'(1998), '언터처블'(2006)로 거장 반열에 올라선 부누아 작꼬 감독은 혁명이 발발한 1789년, 베르사유궁 안에 떠도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그 안에서 피고 지는 사랑을 섬세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마리 앙투아네트(다이앤 크루거)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녀 시도니(레아 세이두)는 남몰래 왕비를 흠모한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도 모른 채 앙투아네트의 관심은 온통 폴리냐크 부인(비르지니 르도엥)에게만 쏠려 있다.

화려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바스티유 습격사건이 발생하면서 궁은 침묵에 휩싸인다. 시도니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 바깥소식을 알아내려 노력하지만, 불안이 퍼지는 일을 꺼리는 정부가 정보를 통제한다.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운명에 놓인 앙투아네트는 파리를 떠나려고 준비하지만, 혁명군과
의 협상에 나선 루이 16세(자비에 보부아)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탈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영화의 미덕은 간결함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에 있다. 레아 세이두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은 큰 폭의 감정 변화를 절제라는 미덕 안에 갈무리한다. 혁명의 순간에도 최대한 담담하게 슬픔을 드러내고, 건조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특히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세이두는 연기가 놀라울 정도다.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냉정하게 캐릭터를 분석한 통제 능력이 돋보인다.

궁정에 서성이는 불안을 세밀한 미장센(화면구도)으로 담아낸 작꼬 감독의 연출력도 탁월하다.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을 유려하게 이용해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특히 혁명이 발발한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 인물들을 세밀하게 관찰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를 위해 영화 장면 대부분을 클로즈업 샷으로 찍었다. 캐릭터의 불안한 심리를 드러내고자 화음이 전혀 맞지 않는 무조음악을 사용해 혁명 당시 뒤숭숭한 분위기를 그린 부분도 인상적이다.

12월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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