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불태우는 것은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의 붉은 빛으로 세상의 어둠과 사탄을 물리친다는 기독신앙에 기초한 KKK의 전통 의식 중 하나여서 유죄 판결이 날지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 언론에 따르면 연방 법무부는 앨라배마주 오자크의 한 흑인 마을 어귀에서 십자가에 불을 지른 스티븐 딘클(28)을 최근 미시시피주에서 체포해 주거평등권 침해, 허위진술, 협박 등 5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딘클의 어머니로 역시 KKK 회원 출신인 파멜라 모리스(45)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0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인 남성 두 명이 흑인 거주지 진입로에 1.8m 높이의 십자가를 세운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났고, 연방수사국(FBI)은 수사 끝에 KKK 회원인 딘클의 소행으로 결론내리고 기소 절차를 밟아왔다.
딘클은 당국의 조사에서 사건 당시 자신은 현장에 없었고 그 전에 KKK에서 탈퇴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KKK 지부 사무장이었던 모리스도 아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 대배심에서 같은 주장을 폈지만 모두 거짓이라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이들 모자에게 유죄가 인정되면 아들은 최고 징역 45년, 어머니는 징역 10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FBI는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십자가에 불을 지르는 행위를 범죄로 볼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KK에 따르면 십자가를 태우는 것은 과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기독교의 전통 의식이자 백인이 세운 미국 고유의 기독신앙 회복을 추구하는 KKK의 상징 의식이다.
그럼에도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과 미국의 기독신앙을 훼손하려는 영화계 일부 세력 등이 KKK에 나쁜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십자가 의식을 왜곡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KK는 예수는 세상의 빛이라고 전제하면서 십자가에 불을 붙이는 것은 불태워 없애려는 게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위해 불을 밝히려는 의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십자가에 불을 놓는 의식을 흑인 마을에서 한 점은 명백한 위협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