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 동성결혼 불허 '후폭풍'

총리 "동성 커플 인정법 통과시킬 터"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만 규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라는 국민투표가 가결된 크로아티아가 '차별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2일(현지시간) "이번 국민투표가 앞으로 다른 권리를 제한할 수 있게 한 근거를 마련해 준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특히 세르비아와 내전을 치렀고, 세르비아계 인이 다수 거주하는 크로아티아 상황을 두고 "세르비아인 같은 소수계의 권익을 제한하자는 법도 등장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비난은 1990년대 독립전쟁에서 싸웠던 우파 단체들이 세르비아계의 공직 참여를 제한하고 세르비아 언어와 문자(키릴 문자) 사용을 금지하라는 청원을 한창 벌이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라고 발칸 뉴스 전문 '발칸 인사이트'가 분석했다.

밀라노비치 총리는 "동성애 반대 국민투표가 키릴 문자 사용 금지 투표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다수가 소수의 권익을 제한하는 투표는 이번 국민투표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동성 커플에게 부부의 권리를 부여한 '시민 동반관계' 법안을 조만간 통과시킬 것이라며 여론에 반하지만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보 요시포비치 대통령은 개헌 국민투표에 반대했지만, 그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나서 이 문제가 더 분열을 일으키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1일 이성 간 결합만을 결혼으로 인정한다는 문안을 헌법에 삽입하자는 청원을 국민투표에 부쳐, 투표율 38%에 찬성률 66%로 가결했다.

동성애 권리 단체인 '자그레브 프라이드'는 국민투표가 사람을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구분했으며, 크로아티아에 불관용과 증오가 팽배한 지를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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