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伊임신부 강제 제왕절개 명령' 과도개입 논란

정신질환 이유로 아기도 입양 조치…생모 반발

국가가 정신질환을 앓는 임신부에게 강제로 제왕절개 시술을 해 아이를 빼앗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영국 사법 당국이 이런 이례적 조처를 감행해 인권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산모는 '아이를 돌려달라'고 반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연은 이렇다.

작년 7월 한 이탈리아인 임신부는 영국 에식스 지역에 출장을 와서는 현지 공항에서 직업 연수를 받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애초 앓던 양극성 장애(일명 조울증) 때문에 공황 발작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상태가 심각하다'는 경찰의 판단에 따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 조치되고서 5주나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만삭인 환자가 신경쇠약으로 자연분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작년 8월23일 영국 보호법원(Court of Protection)이 '제왕절개로 아기를 강제 출산시켜라'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호법원은 정신적 문제로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보호 조치를 결정하는 비공개 법원이다. 해당 여성은 일방적으로 마취돼 시술을 받았고 이렇게 태어난 여자 아기는 입양 대상으로 격리됐다. 산모의 심적 상태로는 정상적 보육도 어렵다고 에식스 사회복지 당국이 판정했기 때문이다.

산모는 고국 이탈리아로 돌아갔다가 올해 2월 영국 법원에 딸을 돌려달라고 호소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영국 당국이 선례가 없는 강제 제왕절개로 아기를 빼앗아 문제가 크고 현재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해 양극성 장애가 치유됐다는 것이 산모 측의 논거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입양 조처를 결정했다. 생모가 약을 계속 복용할지 확신할 수 없고 과거에도 양극성 장애가 재발한 적이 있다는 사회복지 당국의 논리를 수용한 것이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국가의 보호조치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댕겼다. 특히 강제 제왕절개 명령을 내린 보호법원은 과거에도 결정 과정 자체가 불투명하고 무리한 판단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존 헤밍 하원의원(자유민주당)은 "입양 조처 목표량을 채우려는 에식스 당국의 의도가 이번 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원의 비밀주의 때문에 진상을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생모의 변호인단은 현지 당국이 외국인인 생모나 가족과 제왕절개에 대해 전혀 상의를 하지 않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면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생모의 고국인 이탈리아에서도 사건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탈리아 법원은 사건 당시 해당 여성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만큼 영국 법원의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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