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3년은 글로벌 증시의 차별화 시기였다. 특히 2012년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선진국 증시의 호황과 신흥국 증시의 정체' 현상이 극단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의 주요 선진국 증시는 정부의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자산가격의 상승에 따른 소비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주가 지수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신흥국 증시는 성장률 증가가 둔화되면서 2011년의 수준보다도 훨씬 낮은 국면에 위치해 있다.
실제로 선진국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2011~2013년 사이 25.9% 상승했지만 신흥국 MSCI지수는 11.4% 하락하면서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 대비 마이너스 37.3%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신흥국과 선진국 시장의 차별화가 진행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차별화는 역사적으로도 흔하지 않다.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약세가 지금보다 심각하게 진행됐던 시기는 1995~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제외하곤 없다.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증시 상승 탄력도를 나타내는 베타계수의 결과도 비슷하다. 1990년 이후 신흥국의 선진국 증시 대비 베타계수는 1.79였지만 현재는 마이너스 0.4를 기록하고 있다. 신흥국 증시와 선진국 증시가 반대의 방향성을 띠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증시의 차별화는 경제 기초 여건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선진국 경제를 대표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OECD +6NMEs의 선행지수 차이가 1990년 이후 최대치로 확대됐다. OECD+6NMEs는 기존 OECD에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인도네시아 등 6개국의 경기 선행지수를 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증시의 주요 화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느냐가 아니라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차별화가 더 심각해질 것인지에 있다.
우선 차별화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기의 차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세계경제의 분업화와 동조화에 원인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분업화됐다. 핵심은 선진국이 소비 중심, 신흥국은 투자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것이었다. 이는 글로벌 소비와 생산이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간극 벌어지는 선진국ㆍ후진국 증시
2003~2008년 선진국의 GDP(국내총생산)에서 소비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흥국은 GDP 대비 투자의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소비 비중은 줄었다. 신흥국 경제성장이 선진국의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신흥국 경기는 선진국의 수요에 종속되면서 민감도가 높아졌다.
최근 선진국 경기는 회복하고 있지만 신흥국의 경기는 선진국과 같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소비, 신흥국 투자'로 얘기되는 글로벌 경기의 분업화와 통합화가 양쪽의 교역불균형이라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심의 경기회복 국면에서 글로벌 제조업 활동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 세계의 교역량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원인은 선진국의 수입수요 둔화에 있다. 결국 선진국의 수입수요 둔화가 신흥국 수출 둔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생산의 증가에도 선진국의 수입수요가 줄어든 원인으론 긴축을 통한 제고조정과 원자재의 자가 조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유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소비수요 회복과 민간의 설비투자 개선으로 확대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돼서다. 소비개선의 근거는 일자리 증가, 임금소득 증가, 금리안정, 경기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실물자산 가격상승, 미국 가계 부채조정의 마무리 등이다.
미국의 고용은 2009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사라졌던 일자리의 대부분이 회복되고 있다. 고용증가는 미국 가계의 임금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가계의 지출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소비 여력은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 주택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가 상승도 부의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가계의 순자산 증가율은 2012년 연평균 7.1%에서 올해 13.3%로 크게 증가했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자산 가치 상승은 부채비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안정화를 통한 원리금 상환부담도 크게 감소해 추가 소비여력이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핵심요인은 기업의 신규투자 확대다. 미국 기업은 개인소비 회복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도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는 양적완화 축소 시행 여부와 금융정책 변화 가능성 등이 소비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 생산 증가의 영향으로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수입을 자본재(자동차제외)와 소비재로 구분하면 자본재 수입의 증가율이 개선되고 있다. 자본재 수입의 증가는 교역량 전체가 회복될 수 있는 요인이다. 자본재 수입증가율의 규모가 소비재 수입증가율의 규모보다 크기 때문이다.
2014년 성장 기대되는 경기민감업종
미국의 자본재 수입이 증가는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국 자본재의 수출물량이 개선되면 에너지ㆍ소재ㆍ산업재가 성장하고, 이를 밑거름 삼아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증시에서는 에너지ㆍ소재ㆍ산업제 등 전통적인 경기민감업종의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IT와 자동차 등의 글로벌 소비관련 업종의 이익은 점차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2014년 선진국의 투자 회복과 재고확충에 따른 신흥국 수출증가의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구조의 새로운 균형이 나타날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소비재인 IT와 자동차보다는 선진국의 투자수요에 기인한 경기민감업종의 수출증가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3년 동안 선진국의 소비경기 회복에도 이익성장 측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재ㆍ산업재 등 경기민감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 sw.lee@hdsr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