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고민은 모처럼의 지속적 물가 상승이 '속 빈 강정'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반면, ECB는 유로 경제 회생의 최대 걸림돌로 급부상한 물가 정체가 과연 '디플레냐 아니면 디스인플레냐'로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AFP가 2일 전했다.
일본 총무청은 전날 식품을 제외한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지난 10월 연율 기준 0.9% 상승해 지난 5년 사이 최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CPI가 5개월째 상승했다.
미즈호 연구소의 도쿠다 히데노부 이코노미스트는 BBC에 "물가 지표는 일본이 디플레 타개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내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가 1%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내년에는 점진적인 상승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이 목표하는 중기 인플레는 연율 2%이다.
BBC는 그러나 일본의 물가 상승이 과연 실속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즉, 엔저에 따른 에너지 수입 부담 심화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일본은행이 고대하는 내수 증가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BBC는 아베노믹스 때문에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올 들어 약 25% 상승했음을 지적했다.
또 원전 가동이 사실상 중단돼 에너지원 수입이 많이 늘어난 것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또 다른 요소로 강조됐다.
BBC는 그럼에도 식품에 에너지도 제외한 소비자 물가가 10월에 연율 기준 0.3% 증가했음을 지적했다. 이것도 15년 만의 최대폭 상승임이 강조됐다.
또 지난달 29일 발표된 10월 산업 생산도 전달보다 0.5% 증가했다면서 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점진 회복된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고 BBC는 덧붙였다.
한편 ECB는 오는 5일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이사회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 지역 인플레는 지난 10월 연율 기준 0.7% 상승하고 나서 지난달에는 0.9%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데카 뱅크의 울리히 케이터 이코노미스트는 AFP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달 이사회 후 "역내 디플레 위험이 매우 낮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키면서 드라기의 판단이 옳았음이 물가 지표로 뒷받침된 것이라고 전했다.
베렌베르그 뱅크의 크리스천 슐츠 이코노미스트도 AFP에 "물가 지표가 ECB에 반가운 뉴스"라면서 따라서 "올해 마지막 이사회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조나선 로인스는 유로 물가가 디플레인지 아니면 디스인플레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인플레는 물가 상승이 미미해 성장과 고용을 부추기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래도 물가는 떨어지는데 성장까지 위축되는 디플레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국면이다.
로인스는 따라서 "ECB가 디플레를 확실하게 견제하기 위해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ECB의 금리 '선제 안내'(forward guide)가 강화되거나 시중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저금리 장기 대출(LTRO)을 재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ECB는 지난 2011년 말에서 지난해 초까지 이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미카엘 슈베르트 이코노미스트도 ECB 추가 조치 가능성에 동의했다.
그는 ECB가 앞서 2015년 유로 경제를 어둡게 전망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움직일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