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55명 전원 명의로 지난달 29일 발의한 법률은 '종북 혐의'로 구속 혹은 기소된 국회의원의 권한 행사를 정지하는 국회법 및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으로 일명 '이석기 방지법'으로 불린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이석기 방지법' 2탄은 사면법 개정안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의 내란죄·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죄·이적죄로 처벌받은 이들의 사면·복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의원에게 수당지급을 제한하고 자료제출요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공안정국을 조성해서 종북몰이를 함으로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새누리당 왜 '이석기 방지법' 서두르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석기 방지법의 내용이 뭐냐?
= 지난 금요일(11월 29일) 발의된 이른바 '이석기 방지법'은 2가지 내용으로 국회법과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을 말한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또는 형법상 내란죄를 범한 혐의로 구속 혹은 기소될 경우 구속 취소·공소 제기 없는 석방·무죄판결 확정 등이 이뤄질 때까지 정부에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상 내란음모죄를 범한 혐의로 구속되거나 기소되는 경우 해당 의원과 보좌진에 대해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이어 오늘도 종북활동을 이유로 처벌된 이들의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9월에도 국가보안법을 위반했거나 내란음모죄를 범했을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이런 유형의 범죄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면 해당 정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이런 법률안을 발의하는 이유는 뭐냐?
= 일단 원론적인(표면적인) 이유가 있고 정략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인 이유는 이 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여러 차례 언급을 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원내대책위에서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여야가 공동발의하기로 약속했는데 민주당이 계속 확답 안하는 상황이어서 단독으로 법안을 내기로 했다"면서 "법안 내용은 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내란음모 등 경우로 구속 기소된 경우 의원에 대해 세비중단, 자료요구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런 범죄행위는 헌법기관인 의원 스스로 헌법 부정하는 것으로 국회가 소속 의원에 대해 제한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맞는다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이 법안 발의를 또 종북몰이로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종북세력은 엄연한 실체"라면서 "종북세력은 토끼가 아닌 범"으로 "우리가 안이하게 대응할 때 대한민국의 목을 칠 범"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지방자치법에 자치단체장이 구속 기소될 경우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규정이 있다"며 "이 법의 정신에 따라 법률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략적인 이유는 뭐냐?
= 계속되는 정부여당의 공안정국 조성 종북몰이의 연장이라는 평가다.
법안 통과보다는 입법과정에서 빚어질 공방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일명 이석기 방지법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민주당의 동의를 받아서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이석기 이슈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반대해서 처리 안 되는 상황을 자꾸 보여줌으로서 새누리당이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이석기 의원이 '만인의 공적'으로 돼 있으니까 이 문제가 거론 될수록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은 부정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실제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이기 보다는 그로인한 공방을 보여줌으로서 여론을 여당에 유리하게 조성하거나 지금의 상황을 물 타기하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일종의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석기 사건'은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게 있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 국회윤리특위에 제소된 제명안 심사가 있고, 새누리당의 공세적 입법발의라는 네 개의 큰 흐름이 있다"면서 "민주당이 절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용으로 들어가서 얘기하기 시작하면 새누리당의 의도에 말려들게 되면서 보혁논쟁, 종북논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건드리는 순간 터져서 죽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종북논쟁의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정략적 의도"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의 프레임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평론가들은 NLL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이용한 논쟁이 끝나니까 이석기 의원 사건을 고리로 새로운 프레임 논쟁을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분석도 있다는데?
= 헌법학자나 법률가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그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이석기 방지법'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 '처분적 법률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이 확정되기 전에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고, 특정한 사람에게 특정한 내용의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것은 법률의 일반성과 보편성 중립성에 반하는 처분적 성격의 법률로 헌법정신에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상경 교수는 특히 새누리당의 공세적 입법이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형사재판이나 정당해산 심판청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유죄확정전에 이석기 의원에 불리한 법률을 만들면 이는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고 이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면 배심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재판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법치주의고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논쟁의 소지가 있는 법률안"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정한 다음에 제재해도 늦지 않을 것이고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사회가 감내할 수준인가 아닌가를 봐서 통상의 재판절차를 지켜본 뒤 해도 될 사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율사출신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회는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률에 근거해서 처분을 하고 사법부는 법률에 맞게 처분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라며 "행정부의 처분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반대로 법률이 처분을 대신하면 안된다. 법률이 처분의 내용을 갖고 있으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세비지급 중지나 자료제출요구 제한은 법률로 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대조를 보였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구속 기소되면 업무가 정지되고 기본적인 세비만 나간다"며 "취지는 옳은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회내 의견이 '무노동 무임금'이니 국가보안법 뿐만 아니라 뇌물범죄 등에도 구속되면 자료제출 요구제한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상 내란이나 외환죄에 적용해야겠지만 국회의원들에 대한 세비지급 중지는 그런 혐의뿐 아니라 어떤 국회의원이던지 구속되면 의정활동 못하니까 지급하지 말자는 걸 논의하다가 여.야간 정쟁이 심화되면서 중단됐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윤상현 의원도 "헌법 27조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 알고 있다. 그러나 국회 스스로 헌법기관. 가장 큰 책무 국체보존 헌법보존이다. 그 책무 못해서 기소됐다면, 국회 스스로 그 구성원의 권한 제한이 헌법정신에 맞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죄로 풀려난다면 소급해서 다시 돌려주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재판을 지켜보자고 하지 않느냐? 그런데 이석기 의원 사건은 왜 다른 것이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서는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과 특위설치 주장에 대해 제판결과를 지켜보자고 맞서왔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른바 이석기 방지법을 발의하고 있다. 논리적 모순이고 형평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사안에 대해 왜 모순적으로 대응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윤 의원은 장황하게 설명을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이기 보다는 "국정원 댓글사건 국기문란이다는 많은 말씀들 하시고, 그 의혹 가지고 야당이 확대 재생산. 특히 특검가지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연계시키겠다는 생각하고 있다"거나 "내가 댓글사건에 대해 글 쓴 사람 전부다 만나봤다"거나 "북한의 댓글에 방어적으로 댓글 단 것"이라거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시 안 내렸다"거나 "국가기관 개입한 것 아니다. 개인차원 일탈행위도 있었고, 자체적으로 세련화 되지 못해 결국 그런 사항 벌어졌다"거나 등등의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결론은 "시시비비는 법원에서 따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의 공세적인 이석기 방지법 발의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별로 없다"면서 "법안내면 다른 법안과 똑같이 법안 심사하면 되는 것으로 법안을 냈다고 바로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면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