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개원위원회의 아므르 무사 위원장은 이날 TV 생중계를 통해 "새로운 헌법 개정안 초안을 최종 승인했다"며 "새 헌법은 오는 3일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만수르 임시대통령은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30일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국민투표는 내년 1월 중 실시될 것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지만, 일부에선 이달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새 헌법 초안이 군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슬람 색채를 옅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미 이집트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민단체 및 이슬람 세력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 헌법에는 군사시설이나 군인을 향해 폭력행위를 행사한 경우 민간인도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시위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이집트에서는 집회·시위의 사전 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집시법이 통과된 이후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외에도 새 헌법에는 대통령이 앞으로 8년간 국방장관을 임명할 때 군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사전에 받아야 하고 군 예산은 민간의 감시를 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이슬람교 등 종교 정당의 설립을 금지하는 등 기존 헌법보다 이슬람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새 헌법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선·총선 실시일은 초안에 명시되지 않아 최종 결정권은 만수르 임시 대통령의 손에 쥐어질 전망이다.
다만, 첫 선거는 헌법 채택 후 30~90일 사이에 치러져야 하며 다음 선거도 최장 6개월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됐다.
압델 키릴 무스타파 개원위 의원은 "만수르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치를지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는 지난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축출한 당시 대선보다 총선을 먼저 치르기로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의회 의원들은 총선에서의 선거 연합 등을 고려해 총선보다 대선을 먼저 치르거나 적어도 동시에 치르길 원했다.
이런 가운데 새 집시법에 항의하는 반(反) 군부 시위는 새 헌법이 승인된 이날에도 계속됐다.
이집트에서 민주화 성지로 여겨지는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날 무르시를 지지하는 대학생 2천여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진압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고 시위대도 경찰에 돌을 던지며 맞섰다.
지난 28일 수도 카이로와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 대학가에서 시위 학생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대학생 1명이 숨지고 알라 압델 파타 등 저명 정치활동가들이 체포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