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데,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역대급' 역전 우승이었다.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클래식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승점 2가 앞선 1위 울산 현대는 비기기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후반 정규시간이 모두 끝날 때까지 스코어보드는 0-0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포항 서포터스의 열정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포항 선수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포항은 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원일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파죽의 6연승을 질주, 21승11무6패로 승점 74를 기록해 울산(21승8무9패, 승점 73)을 승점 1점차로 제쳤다. 이로써 포항은 200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자 통산 5번째 프로축구 정상에 등극했다.
또한 포항은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K리그와 FA컵에서 모두 우승하는 '더블'의 주인공이 됐다.
김신욱과 하피냐 등 공격을 이끄는 주축 선수들이 빠진 울산은 후반 들어 수비에 '올인'했고 포항은 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교체 카드를 써가며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울산의 국가대표 수문장 김승규와 수비진의 집중력을 대단했다. 그대로 무승부로 승부가 끝나는 듯 보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후반 막판 그라운드를 향해 음료수 병들을 투척했다. 울산 선수들이 일부러 시간을 지연한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경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결국 기적이 일어나고 말았다.
김원일의 발 끝에서 기적이 연출됐다. 포항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문전 혼전 양상이 벌어졌다. 수많은 선수들의 발을 거친 공은 마지막 순간 김원일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결승골이 터진 시간은 후반 50분이었다. 그야말로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기 직전에 골을 터뜨린 것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 선수들을 펄쩍 뛰었고 울산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누워 믿을 수 없는 현실을 감당해내야 했다.
다잡았던 우승을 놓친 울산은 200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자 통산 3번째 우승 기회를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