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수들은 최근 혼란을 겪었다.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이 FA 자격으로 이적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임재철(LG), 김상현(KIA) 등이 떠났다. 또 베테랑 김선우가 방출됐고, 윤석민은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게다가 사령탑마저 김진욱 감독에서 송일수 감독으로 바뀌었다. 선수단 구성이 확 바뀐 탓에 팀 분위기도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베테랑들이 연이어 팀과 이별하면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다. 덕분에 올해 주장을 맡았던 홍성흔의 어깨가 무거웠다.
홍성흔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곰들의 모임' 행사에 앞서 "처음에는 혼동되고, 어수선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이게 프로다. '자기 가치를 인정받고 가는 것이 FA다. 많이 혼란스러울 텐데 휘둘리지 말라. 누굴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소속감이라는 것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라고 말해줬다"고 현재 선수단 분위기를 설명했다.
고참으로서 선수단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은 것. 무엇보다 프로이기에 이런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홍성흔의 생각이다.
홍성흔은 "어려움이 있으면 분명 좋은 일도 있다. 프로로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내가 봤을 때도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매년 이런 일이 있지만 올해는 좀 크지 않았나 싶다. 프런트에서 강력한 단행을 했는데 프로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정든 선수들이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남아있는 선수들도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니까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진욱 감독님께 '고생이 많았다'고 문자가 왔다"면서 "좋은 감독님이셨다. 구단이 결정을 내린 것이니 선수 입장에서 할 말은 없다. 그동안 겪어왔던 감독님들 중 인간적인 면에서는 최고였다. 그냥 형 같은 감독이셨다"고 덧붙였다.
사실 송일수 감독은 한국말이 서툰 탓에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홍성흔은 소통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홍성흔은 "2군에 안 가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타이트하다고 들었다. 김성근 감독이 롤모델인 것을 보면 선수들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소통 문제를 얘기하는 데 선수는 감독과 말로 대화하기보다 눈빛을 보고 뛴다. 송재박 코치님이 일본어를 잘 하니 전달할 것이 있으면 통해서 전달하겠다. 소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독의 마음을 전달 받고 얼마나 따르느냐가 중요하다. 감독 지시에 따라 열심히 하는 것이 바로 선수"라고 말했다.
한편 홍성흔은 이날 잠실구장을 찾아준 6,000여명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탓에 걱정도 많았다.
홍성흔은 "감독 경질은 주장으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팬들도 화나겠지만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웃으며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곰들의 모임을 하는데 팬들이 안 오면 어떡하나 했다. 많이 오셔서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