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당연히 지향점은 창당”이라면서도 그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방선거에서는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당초 예상했던 내년 6월 전 창당설에 무게가 쏠리는 듯 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책임 있게 후보를 낸다는 의미는 4~5등이 될 후보까지 다 낸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과거 정당들이 한 것처럼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는 건 지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책임 선거의 방점을 정당의 문패가 아닌 인물에 찍겠다는 뜻이다.
기성정당에 비해 인재 폭이 좁을 수밖에 없어 예비후보 등록 이전인 내년 2월까지 일정표에 쫓기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성공 못한 여러 사례를 교훈 삼아 단단하게 차분하게 또 한걸음 제대로 내딛으며 준비하겠다”고 발언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가장 힘이 실리는 건 '원내사단'을 염두에 둔 창당 시나리오다. 지방선거 직후인 7월 재보선을 겨냥해 최소한 창당준비위원회 수준의 법적 기구는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여 곳 안팎으로 예상됐던 지난 10월 재보선이 단 2곳에 그치면서 향후 대법원 판결 상황 등을 지켜보며 시기를 저울질할 공산이 크다.
지방선거에서는 수도권과 호남 등 승산이 있거나 민주당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지역에서 후보를 내 맞붙고, 새누리당 텃밭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는 목표로 이른바 ‘2등 전략’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안 의원은 다만, 지난 9월 인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모든 지역에) 꼭 후보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야권 강세 지역인데도 좋은 분을 찾지 못한다면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인물 우선을 강조했다.
이미 거론되는 안철수신당의 지방선거 후보군도 있다. 광주시장 후보로는 ‘내일’ 소장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윤장현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전남지사로 김효석 전 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 전북지사로는 강봉균 전 장관과 장세환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치원로들의 모임인 ‘국민동행’에 참여한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부영, 정대철 고문도 ‘친 안철수 인사’로 분류된다. 대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이 속한 개혁성향의 전직의원 모임 ‘6인회’의 새누리당 정태근 홍정욱, 민주당 김부겸 정장선 김영춘 전 의원도 공을 들이고 있는 영입 후보군이다.
김영춘 전 의원은 그러나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신당에 직접 참여를 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그런 역할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국민동행과 손학규 고문과의 안철수신당 연대 가능성도 “한참 거리 있는 이야기”라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이계안, 류근찬 전 의원은 신당행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창당준비기구 성격인 '새정치 추진위원회'부터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안 의원은 다음 주 초쯤 새정치 추진위원장 등의 인선을 공개할 예정이다. 안 의원 주변에서는 “아직 검토중”이라고 말하지만 복수위원장 체제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 추진위에서 조직 정책 공보 법률 등을 담당할 실무팀은 대선캠프 당시 실·팀장을 맡았고, 현재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기획위원인 인사들이 중심이 된다. 534명의 실행위원들도 자연스럽게 추진위 소속으로 옮길 예정이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부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원칙으로 "사람이 먼저"라며 "사람이 모이기 전에 어떤 형태를 만들어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중량감 있고 참신한 인물 영입이 관건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종인·윤여준 전 장관, 최장집 교수 등이 사실상 안 의원과 결별했고 최근 경제 자문을 맡았던 전성인 교수도 떠나면서 안 의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