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자처해 후배 돈 뜯은 10대 덜미

사고 오토바이 주인 행사하며 부모 찾아가 합의금 뜯어내기도

자퇴생 A(18)군 등 2명이 후배들 사이에서 고가의 오토바이가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지난 6월 중순 무렵.

후배 C(15)군이 B(15)군으로부터 혼다 CBR125R 오토바이를 샀는데, 아직 판매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B군은 그의 친구 D(16)군으로부터 시가 500만 원 상당의 오토바이를 중고 가격으로 160만 원에 샀는데 B군 또한 그 돈을 D군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

A군 등은 B군에게 접근해 수고비 30만 원을 조건으로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해결사를 자처했다. B군은 학교 선배였던 A군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C군에게 판매대금을 받아 D군에게 줘야했기 때문에 마지못해 이를 승낙했다.

A군 등은 곧바로 C군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돈을 당장 내놓으라"며 협박해 오토바이 대금 30만 원을 빼앗았다.


하지만 C군의 오토바이는 이미 E(16) 군에게 빼앗긴 뒤였다. 게다가 E군은 무면허로 이 오토바이를 타고 교통사고까지 낸 것.

이를 알게 된 A군은 E군 부모를 찾아가 오토바이 주인 행세를 하며 "오토바이 값을 물어내라"고 협박해 허위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합의금 120만원을 뜯어내고 오토바이를 빼앗았다.

A군 등은 또 채무 관계가 있는 친구 F(16)군에게 "수고비 일부를 양도했다"며, B군에게 "F군에게 돈을 주라"고 요구했다. F군은 이를 빌미로 B군을 찾아가 수고비를 달라고 협박해 20만을 빼앗고 또 추가로 10만 원을 더 뜯어내기도 했다.

이들은 오토바이가 쓸모없어지자 지하철역 인근에 버린 뒤에도 B군과 C군에게 다시 접근해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해 돈을 계속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군 등 4명을 사기와 공갈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이 버린 오토바이가 장물인 줄 알면서도 거래한 박모(39) 씨 등 매장 업주 등 3명도 함께 입건했다. 또 무면허 운전을 한 B군 등 3명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처럼 청소년들이 직접 수고비를 받고 해결사로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학교폭력 근절노력 외에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의 일탈이나 범행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노력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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