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동부는 지난 24일 SK를 상대로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아이러니하게 두경민은 2분33초를 뛰는 데 그쳤다. 몸 상태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충희 감독이 이기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왜 두경민은 벤치를 지켰을까.
기량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데뷔전이었던 KT전부터 18점을 몰아친 두경민은 12연패를 당하는 동안 평균 12.67점을 넣었다. 두 자리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경기는 딱 세 차례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한 동부에서 공격을 주도했다.
문제는 의욕이 넘쳤다는 점이다. 공격이 안 풀리면 자신이 해결하려는 습관이 결정적인 실책으로 이어졌다. 대학 때 했던 농구와 다른 농구를 펼치다보니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났고, 선배들에게 플레이를 읽히기 시작했다.
이충희 감독은 "원래 경희대에서는 김민구가 만들어주고, 두경민은 막 돌아다니면서 받아 먹는 스타일이었다"면서 "계속 일대일을 하니까 프로에서는 읽힌다. 대학과 프로는 분명히 다르다. 자신이 결정하려 하니까 자제를 시키고 있다. 너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2연패를 끊은 SK전에서 두경민이 2분33초만 뛴 이유다. 두경민은 50-47로 앞선 3쿼터 종료 2분33초전에서야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4쿼터에서는 다시 벤치에 앉았다.
이충희 감독은 "SK전에서 두경민이 들어가서 또 혼자 치고 달릴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교체했다"면서 "혼자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경민은 28일 LG전에서도 벤치만 달궜다. 가벼운 통증 탓이었다. 대신 두경민은 벤치에서 형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머리에 넣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두경민에게는 경험이다.
겁이 없던 루키의 성장통이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두경민이 변해야 동부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