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는 두다리 쭉 뻗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마이홈이다. 하지만 내집 마련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주거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며 청년 5명(김정헌, 박형수, 계현철, 조성신, 이정호)이 뭉쳐 소셜벤처기업 '프로젝트 옥(PJTOK)'을 만들었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셰어하우스 '우주(WOOZOO)'는 오래된 집이나 비어 있는 낡은 집을 전세로 임대해 고친 후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해 주고 있다. 우주는 한자어 '宇(집우)'와 '宙(집주)'의 합성어로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집'이란 뜻과 영어 유니버스(Universe)라는 뜻도 있다.
■ 한지붕 아래 각방 쓰는 '하우스 메이트'
프로젝트 옥은 올해 2월 서울 종로구의 낡은 한옥을 개조해 우주 1호점을 오픈한데 이어 최근 8호점까지 열었다. 40만원 안팎의 월세와 월세 두달분의 보증금만 내면 된다. 현재 40여명의 입주자가 우주라는 마을에서 새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단절되고 독립된 생활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 우주는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입주자인 '우주인들'과 공동창업자들은 꾸준히 교류하며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 그들은 수혜자와 공급자라는 틀을 깨고 오픈하우스, 네트워킹 파티, 소셜 다이닝과 같은 공식 혹은 비공식 모임을 통해 서로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이웃국가인 일본에서도 1인 주거의 대안으로 널리 자리잡았습니다. 올해 안에 10개의 집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한지붕 아래 각방을 쓰는 '하우스 메이트'란 뜻에서 '하메'로 불리기도 하는 셰어하우스의 개척자인 프로젝트 옥 김정헌 대표를 서울 종로구 권농동 1호점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입주자 대부분이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으로 이전에 대부분 1인 가구로 생활했다"면서 "비싼 임대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고, 입주자들끼리 공간과 삶을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업종끼리 서로 협업하기도 하는 특별한 집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우주를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김 대표는 "프로젝트 옥은 사회적 기업이 아닌 서울시의 공유기업 인증을 받은 소셜벤처기업이며, 우주는 프로젝트 옥에 속한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 "지금은 서로 집 빌려주겠다" 요청 쇄도
김 대표가 말하는 우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전세로 집을 빌려 월세로 전환하는 전대구조('전대차'란 임차인이 임대인이 되어서 그의 임차물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즉 전차인에게 임대하는 것. 반드시 '전대차'를 할 경우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를 활용하는 것이다.
"집주인들의 경우 월세를 많이 받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전대구조에 크게 반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월세가 보통 1인당 60만원이라고 한다면, 그 집을 3명의 사람이 사용한다면 6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집을 사용하는 1인당 비용은 감소하지만 그 집에서 창출되는 가치는 더욱 커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리모델링까지 저희가 직접 해줍니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는 만큼 주인들이 좋아 하시더라고요. 리모델링 비는 일시적으로 자체 자본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월세로 수익을 얻어 자본금을 메우는 형태로 회수하게 됩니다. 수익률과 리모델링비를 여러 옵션으로 두어 집 주인에게 선택사항으로 주고있습니다."
사업 초반 어려운 점은 많았다. 1호점을 한옥으로 정한 것도 전통적으로 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잠만 자고 쉬는 기능성만이 남아있는 공간적인 부분에서 나아가 가족, 환경, 자아실현 등의 의미로 확장해 진정한 집이 가지는 이미지를 살리고자 하는 의미였던 것이다.
"주식회사랑 임대계약을 하면 종합소득이 발생되는데, 처음에는 집주인들이 많이들 꺼려했습니다. 긴긴 발품 끝에 사람이 살지 않던 16평짜리 집을 발견하고 1호점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1호점을 열고 입소문이 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집이 깨끗하게 변하고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지금은 집주인들이 먼저 나서서 집을 활용해달라고 모여들고 있다. "한달에 1개점씩 현재 녹번동에 8호점까지 열었습니다. 빨리 빨리 오픈해야 더 많은 입주자들이 혜택을 받지 않겠어요."
■ 여행·요리·등산 등 지점별로 특화 콘셉트
김 대표는 "우주는 단순히 집을 싸게 빌려주는 임대회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최종목적은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살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확장할 수 있게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이 사는 집에는 집 한쪽 벽면을 캔버스화 한다든지, 무용을 한다면 한쪽 벽을 전부 거울로 만드는 방법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관심사와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하고 집을 선택하는 인원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구상했다.
이렇게 오픈한 6호점(성북구 미아동)은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집', 7호점(동대문구 전농동)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8호점(은평구 녹번동)은 '등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집'이란 콘셉트로 추진했다.
현재 우주는 10호점까지는 집에 대한 개념 모델을 두고 팀 단위로 거주할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살면서 지켜야 할 규칙이 따로 있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딱히 생활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그러나 보이지 않은 질서 같은 것들이 형성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는 외국처럼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것을 지향합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을 때 규칙을 만들기 때문에 그러한 점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여서 함께 밥먹자" 소셜 다이닝 인기>
혼자 밥 먹기는 솔로에게 힘든 시간이다. 최근 이런 솔로들을 겨냥해 함께 밥 먹는 모임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 인기를 얻고 있다. 소셜 다이닝은 고대 그리스의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에서 비롯된 단어로, 식사를 매개로 모르는 사람과도 친교를 맺는 기회를 뜻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파티 문화의 하나로 대중화됐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소셜 다이닝이 인기를 모으면서 아예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업체도 등장했다. 한 명이 이야기 주제와 그에 맞는 식사 자리를 제안하면, 관심 있는 이들이 신청을 통해 함께 밥을 먹는 프로그램인 '집밥'(www.zipbob.net)이 대표적인 서비스. 현재 이 사이트에는 1600여개 모임이 만들어져 있고, 회원만 1만여명에 달한다. 식사 모임을 원하는 회원이 지역이나 대화 주제를 정해 글을 올리면 집밥이 식당을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치맥파티' '사회초년생 모여라' '책과 사는 이야기 공유하기' 등 그 주제도 다양하다. 각 지역의 맛집들과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는다. 홍보를 원하는 기업들이 주최하는 밥 먹는 모임을 기획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