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정치 개입 트위터 글 121만건에 대해 제출한 두 번째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원 전 원장 측 변호인들은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며 공소사실이 정확히 특정돼 있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며 공소장을 변경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기존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심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인데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공소사실 일부를 철회한다는 검찰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검토해 기존 공소사실에 들어있던 글 중 일부를 철회했다는데 이 중에는 기존에 '안철수 반대'로 분류돼 있던 것들이 '문재인 반대'로 재분류되기도 했다"며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에 따라 평가돼야 하는 것이고, 추가된 공소사실도 이미 충분히 특정이 돼 있다고 본다"면서 "일부 공소사실을 철회한 것 역시 신속한 재판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공소사실이 너무 방대해 검토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만 6천여건의 씨드 텍스트에 대한 내용분석만으로 충분하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공소권 남용이란 변호인 측 주장은 공소장 변경의 전제사실이 아니라 판결 시 공소기각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정이라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2차 공소장 변경 신청 이전에) 심리가 거의 다 마무리된 내용을 철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리있는 이야기라고 보지만 이미 재판부가 심리한 내용인만큼 앞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방대한 양의 공소장 변경이 있었던 만큼 변호인에게 이를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다음달 2일 예정된 증인신문 기일을 한주 뒤로 늦추고, 검찰이 어떻게 공소사실을 특정했는지를 먼저 재판부와 변호인에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도 검찰 측에 트위터글을 남긴 행위자 등 공소사실을 제대로 특정해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서는 행위자를 특정하는 것이 마치 은혜적으로 방어권 보장을 (배려)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는데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특정한 별지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국정원 트위터팀 소속 직원과 국정원 외부조력자가 작성한 정치·대선개입 트위터 글 121만건을 추가로 발견해 이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이 새롭게 확인한 121만건의 트위터 글 중 정치관련 글은 56만여건, 선거관련 글은 65만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