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원은 27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유죄가 확정된 의원의 의정 활동을 금지한 2012년 '세베리노법'에 따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 여부에 대한 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피에트로 그라쏘 이탈리아 상원의장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의원직 박탈을 결정한) 상원 선거위원회의 결정이 승인됐으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상원의원의 당선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상원의 상원의원직 박탈 결정은 즉각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또한 77세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앞으로 6년 동안 총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 동안 이탈리아 정치를 풍미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의원직 박탈로 면책권이 즉각 상실돼 현재 진행 중인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의 다른 형사재판과 관련해 체포될 수도 있는 상태가 됐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대법원은 지난 8월1일 방송사인 미디어셋의 세금 횡령을 주도한 혐의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실형 4년을 선고한 항소법원의 결정을 확정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사면법에 따라 3년이 감형됐으며, 70세 이상인 점이 감안돼 1년간 가택연금이나 사회봉사를 하게 된다.
이탈리아 상원의 투표 결과는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타스 통신은 찬성 192, 반대 133, 기권 2표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탈리아 상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어떤 정치 지도자도 지금 내가 겪는 것과 같은 박해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민주주의에 애도를 표하는 아주 슬픈 날"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의 영광을 위해 자신의 `포르차 이탈리아'(전진 이탈리아) 당을 이끌며 계속 정치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탈리아 상원의 이번 결정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것이 분명하지만, 그는 포르차 이탈리아당을 이끌며 의회 밖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리코 레타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안젤리노 알파노 부총리가 이끄는 세력이 포르차 이탈리아당에 합류하기를 거부하고 연립정부를 지지하며 떨어져 나간 상태여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과 관계없이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