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원은 27일(현지시간) 유죄가 확정된 의원의 의정 활동을 금지한 2112년에 제정된 `세베리노법'에 따라 대법원에서 세금 횡령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을 박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당장 면책특권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앞으로 6년 동안 총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등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더구나 77세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1심에서 7년형과 평생 공직진출 금지 판결까지 받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상원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을 박탈하기로 한 이번 결정은 그의 정치생명에 결정타를 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엔리코 레타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정부도 안젤리노 알파노 부총리가 이끄는 세력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새 정당 `포르차 이탈리아'(전진 이탈리아) 당에 합류하기를 거부하고 연립정부 지지를 선언한 상태여서 당분간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레타 총리는 26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새 정당 포르차 이탈리아가 야당으로 전환했지만 알파노 부총리 세력의 힘을 얻어 의회에서 막대한 부채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내년도 예산안을 무난하게 처리했다.
레타 총리는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서 "이제 이탈리아에 정치 불안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핵심세력들은 여전히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으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자신의 `포르차 이탈리아' 당을 이끌며 계속 정치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인기가 여전히 높아 그를 앞세워 총선을 치를 경우 중도 우파연합이 승리할 것이라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알파노 부총리 세력의 지지를 얻었다 하더라도 상원 과반수에서 겨우 10여석 정도 넘어서는 정도여서 사안에 따라 중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로마 아메리칸 대학의 제임스 월스톤 교수는 "베를루스코니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고, 엄청난 재산이 있으며, 의회 안팎에 절대적으로 그를 신봉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그의 힘이 점차 쇠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매와 권력남용 혐의로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고, 좌파 상원의원을 매수한 혐의로 재판 일정이 잡혀있다.
더구나 이탈리아 법원이 세금 횡령 관련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을 매수했다고 밝힘에 따라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높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