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거물 흑인 판사' 몰라봐 '혼쭐'

미국 경찰이 경찰위원회 위원장과 연방 인권 보호관까지 지낸 거물급 흑인 판사를 거칠게 다뤘다가 혼쭐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 데이비드 커닝햄 판사는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대학 경찰이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며 경찰 당국에 공식 항의했다.

커닝햄 판사는 지난 23일 UCLA 인근 웨스트우드에 있는 체육관에 들렀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안전띠를 매지 않아 경찰에 단속을 받았다.


커닝햄 판사는 주차 요금을 내려고 안전띠를 풀었다가 미처 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은 커닝햄 판사에게 위압적으로 고함을 질렀고 이에 반발하자 손에 수갑을 채운 뒤 순찰차 뒷좌석에 처박듯 태웠다고 커닝햄 판사는 주장했다.

커닝햄 판사의 변호인 칼 더글러스는 "경찰관이 큰 소리를 질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큰 창피를 당했다"면서 "경찰관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커닝햄 판사를 거칠게 다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도 거칠게 수갑을 채워 커닝햄 판사는 손목에 찰과상까지 입었다고 덧붙였다.

커닝햄 판사가 경찰관에게 판사라고 신분을 밝혔느냐는 AP 통신 기자의 질문에 더글러스는 "교통 법규 위반을 했는데 특별 대우를 받고자 판사라고 밝힌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면서 "그러나 수갑을 채우고 거칠게 다룰 때는 판사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그는 "판사라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도 그런 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UCLA 경찰 당국은 그러나 커닝햄 판사가 경찰관이 운전 면허증을 조회하는 동안 자동차 안에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수갑을 체웠을 뿐이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커닝햄 판사는 2009년 카운티 판사로 임용됐으며 로스앤젤레스 시경(LAPD)을 감독하는 로스앤젤레스 시 경찰위원회 위원장과 연방 인권 보호관 등을 지낸 거물급 법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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