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내달 3일 발리 각료회의 앞두고 막판 진통

WTO사무총장 "현재 상태 합의 못 이뤄"...최석영 제네바대사 "한국 이익 지키기 위해 최선"

지난 2001년 카타르에서 도하개발어젠다(DDA)를 채택한 이후 여러 차례 협상 타결 기회를 놓치고 지금까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세계무역기구(WTO)가 내달 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제9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또다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WTO는 올해 발리 각료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이견으로 지지부진한 DDA협상 쟁점의 일괄타결을 추진하기보다 타결 가능성이 큰 무역원활화, 일부 농업 이슈, 개발 등의 소규모 분야에서 먼저 합의를 이루고 이를 기초로 서비스, 지식재산권, 무역과 환경 등으로 다자협상 분야를 늘려나갈 방침이었다.

그러나 발리 각료회의를 불과 며칠 앞둔 26일(현지시간)까지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는 회원국들의 이견으로 아직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이날 WTO 일반이사회를 마치면서 "159개 회원국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현재 상태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결정되지 못한 사항을 포함해 그대로 발리 각료회의에 의제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아제베도 총장은 또 "현재로서는 협상 타결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고, 발리에서 각료들이 어떤 정치적 협상을 할지 모르지만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가도록 하겠다"며 "발리로 출발하기 전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회원국들과 계속 접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제베도 총장의 이러한 언급은 WTO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경제에 1조 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추진해온 DDA 소규모 분야 협상이 자칫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WTO 제9차 발리 각료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전 세계는 다자협상보다는 양자나 복수 또는 지역 협상이 가속화되면서 블록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불리한 시장여건이 조성될 수도 있다.

최석영 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발리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며칠 동안 다양한 접촉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상당한 부분까지 협의가 진행된 상태여서 어떻게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또 "다자협상은 협정문 하나로 전 세계가 개방되기 때문에 다자협상이 막히는 것은 한국에 불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양자든 다자든 지역협상이든 무역자유화 여건을 조성하도록 국제무대에서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WTO는 세계 125개국 통상대표가 7년 반 동안 진행해온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종말을 고한 지난 1994년 4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선언'을 기반으로 1995년 1월 출범했으며, 1947년 이후 국제무역 질서를 규율해오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신하는 국제기구이다.

WTO는 GATT에는 없었던 세계 무역분쟁 조정, 관세인하 요구, 반덤핑 규제 등 막강한 법적 권한과 구속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다음달 3일부터 발리에서 열리는 제9차 각료회의에는 최석영 제네바대표부 대사, 박효성 제네바대표부 차석 대사 등 그동안 협상을 담당해온 고위 실무대표들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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