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창원 LG의 프로농구 경기. 김종규와 김민구는 경기 전 코트 한가운데에서 만나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곧 찾아올 승부의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경기 전 만난 김종규는 "처음에는 민구와 처음 붙는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는데 막상 경기를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우리 팀이 이기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민구 역시 특별한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의 경기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둘은 실제로 그랬다. 4년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답게 프로 첫 맞대결을 앞두고도 서로에게 장난을 쳤다. 김종규는 "서로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찾아 주고 받았다"며 웃었고 김민구도 "그렇게 한방 먹이려고 했다"며 즐거워했다.
유쾌한 장외 신경전도 있었다.
김민구는 대학 시절 김종규를 앞에 두고 종종 플로터를 연습했다. 장신선수의 블록슛을 피하기 위해 공을 높이 띄워 득점을 노리는 고급 기술이다. 김종규가 "오늘 한 10번은 찍고 싶다"고 말하자 김민구는 "절대 안 찍힌다. 찍히면 자존심이 상해 농구 못한다"며 맞받아쳤다.
한편, 허재 KCC 감독은 둘의 라이벌전에 대한 질문에 "김종규가 문제가 아니다. LG 멤버가 너무 좋다"고 운을 띄우더니 "라이벌은 아니지 않나. 기술로 보면 민구가 낫다"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상남자'답게 자신의 제자 손을 들어줬다.
허재 감독처럼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김진 감독 역시 김종규에 힘을 실어줬다. "둘은 포지션이 다르고 주어진 역할도 다르다. 기록으로 따지면 공을 많이 잡는 김민구가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보이지 않게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가 중요하다"며 궂은 일에 집중하는 김종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