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흡연자의 63%도 적절한 수준이면 담뱃값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거나 오히려 대폭 올렸으면 좋겠다고 답해 여론이 어느정도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담뱃값 인상에 관한 전국 여론조사를 의뢰한 결과를 통해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가구전화(50%)와 휴대전화(50%) 임의걸기(RO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지역, 성, 연령별 인구비례 할당에 의해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진행됐다.
신뢰도는 95%에서 허용오차는 ± 3.7% 포인트이다.
담뱃값 인상 찬성률 62.6%25, 흡연자 63.2%25 수용가능
여론조사 결과 "담배 가격을 적정 범위 안에서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대상자의 62.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50%대 찬성률을 보였던 것에 비해 처음으로 60%를 넘긴 것이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36.0%였으며 모름이나 무응답이 1.3%였다. 특히 비흡연자의 경우에는 찬성률이 71.5%로 높은 반면, 흡연자는 35.1%가 찬성했으며 64.9%는 인상을 반대했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경우에도 "적절한 수준이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1000명 중 245명에 해당하는 흡연자만을 대상으로 "흡연자로서 담배가격 인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적절한 수준이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4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인상은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대폭 올려 담배를 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20.0%로 높은 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상당수 흡연자들이 가격 인상을 금연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는 뜻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반면 "절대 인상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34.4%에 그쳐 흡연자 중에서도 담뱃값 인상에 동조할 의향이 있거나 금연을 위해 적극 동조하는 우호적인 답변이 전체의 63.2%에 달했다.
"담배가격이 인상되면 흡연율이나 흡연량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다소 줄어들 것이다"(42.7%) "매우 줄어들 것이다"(11.5%) 등 긍정적인 응답이 절반(54.2%)을 넘어섰다.
이는 담배가격을 올리면 흡연율 저하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과반 이상이라는 뜻이다.
반면 별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30.5%),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14.4%) 등 부정적인 답변은 44.9%로 조사됐다.
담배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으로는 "물가에 연동해 매년 조금씩 인상하는 방안"이 52.3%로 가장 컸으며 "일시에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44.1%가 지지를 보냈다.
2000원 이상 대폭 인상 찬성율 31%25, 여론 무르익어
담배 가격 인상폭이 어느정도 적정한가를 묻는 질문에는 500원 미만의 소폭 인상(36.5%)이 가장 높았지만 2000원 이상의 대폭 인상(31.4%)도 만만치 않은 비율을 보여 양극단을 이뤘다.
500원~1000원 미만 인상은 19.1%, 1000원~2000원 미만 인상은 9.0%, 모름이나 무응답이 4.0%로 뒤를 이었다.
비흡연자는 2000원 이상 인상안에 가장 많은 지지(35.9%)를 보냈고, 500원 미만 인상(26.2%), 500원~1000원 미만 인상(22.1%), 1000원~2000원 미만 인상(11.3%) 순이었다.
흡연자 중에는 500원 미만의 인상을 찬성하는 사람이 68.4%로 대다수였으며 2000원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17.0%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막론하고 담뱃값 인상 여론이 상당히 무르익었다는 결과로 해석된다.
담뱃값이 9년간 한번도 오르지 않아 물가 상승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데다 흡연율이 OECD 국가 중 여전히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정치권의 담뱃값 인상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에 담뱃값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정치권과 정부에서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이사는 "과거에 비해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거부감들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막라해서 굉장히 줄어들었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담뱃값 인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 이사는 "흡연자 중 담배를 끊고 싶은데 가격 정책을 통해 타율적으로라도 끊게 해달라는 요구가 20%를 차지한 것도 흥미로운 결과"라며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를 계기로 담뱃값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둘러싼 사회적 토론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