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군수용 제약 공장 설립 논란

"군용 약품 민간에 의존할 수 없어"

미국 국방부가 군에 백신을 비롯한 각종 의약품을 공급하는 군수 전용 제약공장 건설을 짓고 있어 논란이다.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국방부가 지난 10월 플로리다주에서 착공한 군수용 의약품 생산 시설이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이 공장에서는 군인에게 공급할 각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과 생화학 무기 해독제 등을 생산한다. 이 공장 건설에는 3억 5천만 달러가 넘게 투입되고 앞으로 해마다 4천만 달러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25년 동안 가동할 예정이라 앞으로 어떤 비용이 더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국방 예산 감축으로 돈이 쪼들리는 국방부는 방독면과 방독 장화, 조기 경보장치 등 생화학전이 벌어지면 장병에 필요한 장비를 사려고 책정한 예산을 공장 건설비로 돌리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그런데 국방부의 군수 의약품 공장 건설은 보건부가 추진하는 백신 및 생화학 무기 해독제 생산 설비 확충 계획과 완벽하게 겹친다.

보건부는 2011년 3월 3개의 백신 및 생화학 공격에 대비한 해독제 생산 설비 계획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노바티스 제약회사 백신 공장 확충 공사, 메릴랜드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의 탄저병 치료제 공장, 텍사스 A&M 대학 연구 센터 등 3개의 백신 및 생화학 무기 해독제 생산 시설과 장기 계약을 했다. 투입되는 예산은 4억3천만 달러에 이른다. 똑같은 사업에 국방부와 보건부가 저마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꼴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더구나 백악관이 지난 2009년 군부의 군수용 제약 공장 건설 요구에 따라 전문가 그룹의 자문에서 군수 전용 제약 공장은 필요 없다는 결론을 전달받은 사실도 폭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자문을 한 보스턴의 터프츠 의약개발센터가 주도한 전문가 그룹은 "민간 부문에서 조달하는 게 비용과 조달에 걸리는 시간 모두 최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민간 부문에서 얼마든지 신속하고 싼 가격에 조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 따랐다.

이 112쪽짜리 보고서는 그러나 의회에도 보내지 않았고 언론에 공개된 적도 없다.

미국 군부는 사실 오랫동안 군수용 의약품을 자체 생산하고자 바라왔다.

1991년 걸프전쟁 때 군부는 페스트와 에볼라 등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을 치료하는 약품 공장 건설을 검토했지만 비용과 과학적 어려움 탓에 포기한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 전쟁이 벌어지면서 군수용 제약 공장에 대한 군부의 요구는 더 커지고 구체화됐다.

국방 예산 감축 등으로 잠잠하던 군수용 제약 공장 건설에 불씨가 살아난 것은 지난 2010년 의회 보고서 덕이다.

"대량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생화학 공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준비 태세가 F 학점"이라는 의회 조사위원회의 지적이 나오자 군용 제약 공장 건설을 주도한 앤드루 웨버 국방부 부장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악관과 의회를 상대로 군수용 제약 공장 건설 로비를 벌였고 마침내 결실을 봤다.

웨버 부장관의 보좌관 제임스 피트로는 "군용 약품을 민간 부문에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기본 생화학전 장비 구입비를 제약 공장 건립비로 전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전략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원 국방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육군 의학연구개발처장 필립 러셀 예비역 중장은 "엄청난 예산 낭비"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 기관끼리 '협력'의 중요성은 늘 강조하지만 정작 '협력'은 안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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