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휩쓴 '태풍급 강풍'…선박 좌초에 인명 피해도

부두 근로자 강풍 휩쓸려 바다 빠져 숨져… 골프연습장 기둥 넘어지기도

2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 시민이 강풍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전국에 몰아친 강풍으로 선박이 잇따라 좌초하고 부두 근로자가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은 25일 오전 9시 30분을 기준으로 서해5도와 강원, 전남 일부 지역, 울릉도와 독도에 강풍경보를 내렸다.

또 제주도와 인천, 부산 등 전국 해안가 곳곳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전 해상에도 풍랑경보나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전날 밤부터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새벽 12시 40분쯤 부산 동구 좌천동의 부두 선착장에서는 정박했던 4000t급 화물선의 밧줄을 풀던 부두 근로자 정모(65) 씨가 바람에 휩쓸려 바다로 떨어졌다.


동료 강 씨가 정 씨를 구하려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두 사람 모두 거센 풍랑에 휩쓸렸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두 사람을 구조했지만 결국 정 씨는 저체온증으로 숨지고 강 씨는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7시쯤에는 충남 서산시 창리항 인근 500여m 해상에 묶여 있던 67t급 선박 1척이 좌초되면서 선박 연료가 유출돼 해경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행사구조물들이 강풍에 쓰러져 있다. (윤성호 기자)
앞서 이날 새벽 2시 30분쯤에는 부산 남외항 태종대 앞바다에서 190t급 예인선과 5000t급 바지선이 비바람에 좌초됐다.

이로 인해 선원 7명이 예인선에 고립됐지만 3시간 만에 구조돼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새벽 3시 20분쯤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골프연습장에 세워진 40m 높이 기둥 3개가 강풍에 꺾여 쓰러지기도 했다.

다행히 인근 주택가가 아닌 연습장 방향으로 쓰러졌고, 늦은 시각이어서 연습장 안에 손님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세찬 강풍은 출근길에도 이어져, 시민들은 비바람과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출근길에 나선 박찬수(25) 씨는 "바람이 많이 부는데 비까지 와서 바지가 다 젖었다"며 "다니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젖은 바지 때문에 온종일 기분이 찝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영란(55·여) 씨는 "바람이 부니까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서 길이 미끄러웠다"며 "조심해서 가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결국 젖은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번 강풍으로 선박 운행도 차질을 빚어 이날 아침 6시 인천과 제주 등 19개 항로에서 31척의 운행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급격히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강한 비바람을 몰고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저기압이 빠져나간 뒤에도 찬 대륙성 고기압이 다시 한반도로 향하면서, 온종일 전국에 강한 바람이 불고 26일에도 동해안에는 강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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