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찾아 국경 넘은 사우디의 '줄리엣'

사랑하는 남성을 찾아 예멘 국경을 불법 월경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재판에 중동의 젊은 층과 국제 인권단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 여성 후다 알-니란(22)은 사랑하는 예멘 남자 아라파트 모하메드 타하르(25)와 결혼하겠다며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왔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양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그녀를 지지하고 있고 국제인권단체들도 그녀를 편들고 나서 당국도 이번 사건을 법대로만 처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4일 열린 재판에는 `우리 모두가 후다'라는 머리띠를 맨 젊은이들이 법정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후다는 재판에서 본국 대사관이 제공한 변호사를 거부했다. 변호사가 자신에게 압력을 가해 귀국을 종용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대신 예멘의 비정부기구(NGO) `후드'가 제공한 변호사를 받아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선임된 압델 라키브 알-카디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인도주의적 사건으로 따라서 양국 간에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된다"며 사우디 측이 예멘에 압력을 가해 그녀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후다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불법입국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추방에 직면하게 된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후다의 난민 신청을 접수한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를 기다려 내달 1일 재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UNHCR 측은 후다가 난민 자격 인정을 신청했다고 확인했다. 난민 자격을 인정받으면 예멘 당국은 후다를 추방할 수 없게 된다.

후다의 처지는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도 관심을 갖고 추적하고 있다.

HRW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후다가 과거 친척들로 부터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 그녀가 귀국하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그녀를 귀국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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