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정, 집회 대폭 규제…인권단체 반발

어길 경우 벌금 폭탄…"반대파 억압 목적" 비난

군부가 장악한 이집트 임시 정부가 공공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자의적 판단만으로 대중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집회법을 발효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이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새 법안은 10명 이상이 모일 경우 집회 사흘 전 서면 신고를 의무화해 당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 한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했다.

군부가 올 7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로 임시정부 반대 시위가 열려 온 예배장소에서도 집회 개최를 원천적으로 불허했다.

폭력 시위와 사전 허가없이 집회를 연 자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4만4천 달러(한화 4천660만원)와 1천500달러(158만원)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집트 노동자들의 한달 최저 임금이 175달러(18만5천원)인 점을 감안할 때 '벌금 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위 도중 얼굴을 가리거나 무기를 휴대하는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된 시위 참가자의 경우 최대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사전 구두 경고만 하면 물대포와 최루가스, 심지어 '산탄총'(birdshot)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진압 장비 사용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이같은 내용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퇴진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치하 집회법보다 더 강력하다.

당초 임시 정부는 연좌 농성이나 국가 모욕을 범죄화하는 내용도 법안 초안에 담았지만 만수르 대통령의 서명 과정을 거치면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단체들은 정부의 집회 규제안을 두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카이로 인권연구소 소장인 바히 에딘 하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국가의) 억압을 정당화하려는 구실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르시 축출 뒤로 테러 단체로 규정된 무슬림형제단의 샤이마 아와드는 새 법안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위는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떻게 집회 사흘 전에 집회 조직자 이름까지 경찰에 알리라는 것이냐. 스스로를 경찰에 넘기는 꼴"이라며 "군사 정권이 '노(No)'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목졸라 죽이려하고 있다는 데 우리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서는 무르시 집권 기간에도 집회를 규제하는 내용의 유사 법안이 제출됐지만 통과되지는 않았다.

하젬 엘베블라위 임시 총리는 AFP통신에 새 법안은 집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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